역시 클래식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패션계에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생명력을 지니면서도 패셔너블하게 표현할 수 있어 늘 사랑받는 클래식 아이템은 항상 사랑받는다. 아이비리그 스타일도 그런 클래식 아이템 중에 하나이다. 한동안 '꽃보다 남자''라는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미국 사립 고등학교 학생의 패션인 프레피룩으로 단정하면서도 클래식하고 세련된 멋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런 프레피룩의 시초도 아이비리그 스타일이다.
이 책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담은 사진집이다. 1965년에 집필되었다가 원형 그대로 소장을 원하는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에 의해 2006년 복간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로부터 "a treasure of fashion insiders"라는 찬사까지 받았다고 하니 시대를 뛰어넘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패션 참고서인 셈이다. 그런데 가장 전형적인 미국스타일인 아이비리그룩이 일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외다. 이 책이 만들어진 시대가 1960년대였기에 일본 저자들의 미국 명문대학에 대한 동경을 넘어서는 찬양으로까지 흐르는 주석이 살짝 거슬리기도 하지만(학교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1960년대의 일본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 점만 감안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비리그룩을 원없이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운 책이다. 사실 패션 스타일에 대해 입에 침을 튀겨가며 구구절절 말과 글로 설명해보았자 맥빠지는 일이다. 백문이불어일견이라는 진부한(?) 말처럼 직접 봐야 가슴에 팍팍 와닿으며 이해할 수 있다. 몇 장의 사진을 보다보면 아이비리그패션에 대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표지에 쓰여진 사진이며 이 사진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옷차림과 분위기가 모두 다르지만 아이비리그룩의 일상스타일과 패션의 전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학생들모습과 사진뒤 배경에 나온 아이비로 장식된 대학교 전경이 멋스럽게 어울린다. 옷에 새겨진 숫자는 입은 학생의 졸업연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마드라스 체크의 버뮤다 쇼츠를 입은 학생. 흰양말에 검정 구두 스타일이 독특하다. 왼쪽은 아이비리거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 바시티 재킷을 입은 모습이다. 학생들 대부분 바시티 재킷은 한두벌 갖고 있는데 디자인은 비슷비슷하지만 색깔이 다양해서 여러 방식으로 입을 수 있다. 학교 상징색의 재킷은 몸통은 펠트,팔은 가죽 재질로 만들어졌다. 오른쪽은 면바지와 학교 이름이 새겨진(다트머스)라고 새겨진 반팔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다. 선명한 원색의 레인코트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도 노란색 레인코트를 입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사진책에는 아이비리그 스타일뿐만 아니라 클래식 자동차, 고풍스런 건물들, 그것과 어우러지는 세련되고 개성있는 간판 등도 소개하고 있는데 빈티지한 스타일이 멋스럽다. 주전자 모양의 커피숍 간판이 귀엽다. 패션리더들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멋스러운 코디를 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느껴지도록 옷을 입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패션의 생명은 스타일리시하게 입은 패션이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을 보다보니 아이비리거들의 패션도 명문대생이라는 자부심에서 나온 당당함과 자신있는 태도가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이비리그룩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 한권으로 궁금증도 해소하고 눈도 호강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