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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신선식품 - 소비자기에 용서할 수 없는
가와기시 히로카즈 지음, 서수지 옮김, 최대원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괜히 봤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마트이 실체와 음모'
'오늘도 마트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식품업계 간부사원의 충격적 양심 고백'
책표지에 쓰여져 있는 문구와 썩어가는 토마토 사진까지 ..
당장 장바구니 들고 저녁거리 사러 마트에 가야하는데 어쩔까나.
이래서 MBC '불만제로'같은 고발성 프로같은 것도 안 보는데...
하지만 충격적인 내용에 놀라고 화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되는게 저자가 고발하는
마트의 이면이 논픽션이 아니고 과거지사도 아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를 위한 마트 길라잡이로 이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식품업계 현장에서 25년을 보낸 베테랑 간부다. 달걀 프라이를 먹으면 어느
브랜드의 달걀인지 알고 식육가공품을 먹어보면 사용된 식품청가물을 알아맞힐
정도다. 그렇게 식품업계 현장에서 산전수전 겪은 그도 마트의 천태만상을 목격하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마트의 실체는 끔찍하다.
아침에 잡은 물 좋은 꽁치는 아침은 아침인데 어제 아침 또는 어제 이전의 아침
일수도 있으며 ,고객의 눈이 안 닿는 마트 한구석에 바퀴벌레와 쥐가 서식하고 있고,
팔다 남은 햄의 스티커를 벗겨내고 오늘 날짜의 스티커로 탈바꿈하는 슬라이스 햄의
마술을 볼 수 있으며, 초밥이나 김밥에서 스테리플러용 철심이 나오는 사건은 너무나
흔한 세상이 마트다.
특히 제품의 유통기한은 마트 마음대로라 제조일이 어제 날짜이고 유통기한은 열흘
후의 날짜로 명시된 정어리는 알고보면 2년전 잡혀 냉동 상태로 오래도록 방치된
정어리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수산물은 해동한 날이 오늘이고, 포장한
날이 오늘일 뿐이다. 케이크도 유통기한에 관계없이 케이크의 과일 장식만 교체한 채
다 팔릴 때까지 판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자주 가는 요리싸이트같은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일이라 어느정도 예상을 했지만 실제적으로 업계 종사자의 글로 접하고 나니
충격은 두배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자행되는 모든 식품에 관계된 '위,변조', '눈속임' 등 갖가지 문제가 집약되어
있는 것인 우리가 즐겨먹는 달걀이라고 밝힌다.
유통기한을 비롯한 '날짜 위조'문제와 농장을 표시하지 않거나 속이는 등의 '산지 위조'문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달걀 색 신화를 만들어 싸구려를 비싸게 팔아먹는 등의 '브랜드
위조'문제,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전하지 않고 생산자만을 생각하거나 혹은 반품된 달걀을
재활용하는 문제까지 .
나름 건강을 생각하느라 유기농식품을 취급하는 곳에서 유정란을 사다먹고 있어서 달걀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던 내가 놀랐던 것은 달걀 보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상시에도 달걀을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서 달걀을 파는 것이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판매자에게 물어보았을때 그날 그날 바로 배송받는 거라 신선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온에서 보관,판매가
이루어지면 아무리 애를 써도 살모넬균의 위험을 피할수는 없으므로 상온에서 판매하는
마트에서는 결코 달걀을 구입하면 안되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이 책의 저자가 누누히 책 속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마트의 문제점을 들춰내어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마트의 문제점을 알려 소비자가
마트를 보는 혜안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다.
마트에서 문제를 발견한다면 이 마트는 안 되겠네 라고만 생각한 채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그냥 다른 마트로 발길을 돌리지 말고 '이건 왜 이렇지?', '뭔가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면서 소비자가 먼저 지식을 갖고 의문이 생기면 표현을 하라고 말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말고 마트의 부조리를 개선하겠다는 소비자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동네 마트부터 소비자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힘이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유기농판매점에서 상온 판매하는 달걀에 대해서 꼭 냉장보관할 수 있도록 다시
판매자에게 시정요구를 해야 겠다고 결심해 본다. 똑똑한 소비자야말로 마트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