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사과가족이다. 남편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들은 아이팟터치 그리고 나는 스티브 잡스의 유작인 아이폰4s 유저다. 아이팟의 하얀 이어폰을 꼽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반갑고 서로 통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애플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애플 제품의 훌륭한 기능보다도 새로운 문화코드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깨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제품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제품들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만든 검은 터틀넥과 물빠진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나와 청중을 사로잡던 그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은 그런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일생을 어린이들이 보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일대기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이름값의 무게는 만만치 않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을 창업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가 녹아 있다. 특히 뛰어난 능력으로 애플을 이끌어온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서의 스티브 잡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힘들정도로 고집스럽고 인간적인 약점이 많은 스티브 잡스의 모습까지 가감없이 엿볼 수 있다. 위대한 인물에게는 위대한 스승이 있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세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어린 스티브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버지였다. 입양아이였지만 친부모보다 더 정성스럽게 키워온 아버지 폴은 낡은 차를 사서 고쳐서 반짝이는 새차로 만들어 다시 파는 기술자였다.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좋은 가격으로 판다"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은 꼬마 스티브에게 전해졌고 그도 아버지처럼 신나게 일하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좋은 가격을 받고 파는 애플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스티브가 어른이 되어서도 두고두고 고마워한 데티 힐 선생님도 헬렌켈러를 키워낸 앤 설리반 선생님처럼 스티브에게 마음속에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심어주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재능을 키워주었다. 세번째의 스승은 인문학이다. 기계을 좋아했던 학창시절에도 셰익스피어나 딜런 토마스 같은 고정 문학 작가들의 세계에 관심이 많았고 '모비딕'이라는 소설을 읽고 문학 창작 과목도 들었으며 미국 북서부에서 최고의 인문대학이었던 리드대학에 입학해 동양철학을 공부하였다. 기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을 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을 만든 핵심적 키워드를 인문학에서 찾았고 기술과 인문학을 하나로 만들고 기술과 예술을 합치고 상상과 현실을 융합시켰다. 그래서 늘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한 발 앞섰고 새로운 것을 먼저 보여주고 변화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이 부담없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두꺼운 잡스의 전기보다 간결하고 짜임새있게 정리되어 보기에도 편하다. 최첨단의 아이티기술을 이용한 기계에서 현대인의 가슴에 감성을 느끼게 하는 애플제품을 오늘도 사용하면서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이야말로 인간에게 감동을 준다'는 잡스의 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가 떠난 아쉬움만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