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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습 -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황상민 지음 / 생각연구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한동안 MBC 라디오에서 방송했던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어찌나 이 방송이 치명적인지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정도로 중독현상이
있어 매일 저녁 9시 30분이 되면 자동적으로 라디오를 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각 요일마다 철학자, 정신과의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른 주제로 상담을
해주는데 그 중에서도 목요일에는 'No상담'으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청취자가 보내온 고민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워낙 김어준 총수가 카리스마가 넘치다보니 다른 전문가들은 살짝 기에 눌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 황상민 교수는 "잘 못 짚으셨어요", "아니죠",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김어준 총수을 학생인냥 가르치시고 자화자찬도 요란(?)하신 분이였다.
앙징맞고 귀엽고 깜직하다고 심리학계의 아이유, 소크라테스처럼 문답법으로 답을
이끌어내는 상담방법으로 황크라테스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었는데 그 때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했던 황교수의 상담 내용들을 엮은 것이 바로
이책 <독립연습>이다.
도대체 황상민 교수가 상담해주었다던 'No 상담'은 뭘까? 언뜻 이해가 안되면 No 상담의
로고송으로 들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닳고 닳은 처세술은 밥맛없어 긍정의 힘은 살짝 지겨워
부정의 힘으로 순수하게 성공한다. No 상담"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것은 참으로 요지경이라 5천 명이 있으면 5천 개의 문제가
생기고 5천 개의 문제가 있다면 5천 개의 답도 있는 법이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답이 존재한다.
그러니 사람들사이의 관계에서 답을 얻기 위해 갈등하고 좌절하고 고민하는 것이
정상이고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비정상이라고 하면서 숙제하듯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하면 행복해진다고 자기계발서에서는
주장한다. 그리고 처세술책에서는 모든 문제를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라고 말한다.
이런 '참아라', 'YES, I CAN' 같은 주입식 긍정을 모아놓은 자기계발서에 반기를 들고
No상담은 'No라고 말하자.' '아닐때 아니라고 말하자. 라고 말한다.
그래서 보통 상담은 '힘드시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아질거예요' 하는 위로만
하는 뻔한 상담으로 끝나지만 황교수님은 좀 아프더라고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이야기
해준다. 때로는 사연을 보낸 청취자에게 냉정하고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도 한다.
디자인 전공을 하다가 휴학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스물네 살의 젊은이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자신의 앞길을 막았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선뜻 뛰어들지 못하였다는 사연에는
나는 잘하고 싶은 데 나를 말리고 있는 부모님탓이라는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그것을
안전한 보호막처럼 써먹으면서도 부모님에게 받는 경제력을 포기하는게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지적한다.
자식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을 보면서 반대하는 부모가 없는데 자신은 그러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부모가 못하게 한다고 징징대는 것은 부모가
못하게 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서 못하는 거다. 사실은 스스로 잘할
자신이 없으면서 애꿎은 무보를 핑계 삼는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약한 마음, 핑계대고 싶은 마음에 No 하라고 말하라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 하는 것이고 책임 역시 자신이 져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에선 독립과 종속에서 독립된'나'를 찾으라고 한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소리가 있는데도 정작 나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바로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이고 그게 잘사는 삶이고 제대로 사는 삶이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야 가치 있는 거라는 생각은 버리고 '지금보다 나은 나'에
집착하지 말자.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건 그저 내 꿈일 뿐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다. 나를 감추고 억누르며 살아온 지금까지의
나를 향해 과감히 '노'라고 외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는
부제가 눈에 쏙 들어온다. 이미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홀로서기가
안되고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삶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까?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나 한 여성으로 내 인생의 무대에 새롭게 서고
싶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언제쯤이면 그 역할과 관련 없는 영역으로 자유롭게
독립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일단은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부터 연습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