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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지음 / 호미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들 가운데 어떤 곳이 가끔 눈에 번쩍 띄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요즘 대한항공에서 광고하는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라고 tv광고도 그런 것중 하나다.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 중에 하나로, 세계의 8대
불가사의라는 수식이 흔하게 붙는 시기리야 바위산 모습이 담긴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광고였다. 먼발치에서 바라다보기만 했던 스리랑카 라는 나라가 갑자기
나에게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온 순간이였다.
이 책의 저자 이희진씨도 시기리야 바위요새를 어느 사진에선가 보았고 그때부터
가슴속에 시기리야, 아니 스리랑카라는 지명이 깃들었다고 한다. 결국 밀림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산의 매력이 무모하게 행장을 꾸려 당장 스리랑카 여행을 떠나게
만든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스리랑카와 남인도의 매력이 생생하고 멋진
사진과 설명으로 인해 언제가 나도 그 땅의 온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을 만들정도로
낯선 나라로 떠나는 행복을 주었다.
스리랑카는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는 나라였다.
사실 처음에는 스리랑카와 인도같은 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유럽이나 미국같은
나라보다는 덜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할 만한 매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굳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인도의 남쪽, 인도양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로 ’인도의 눈물’이라 불리는 스리랑카는
그처럼 낯설고 베일에 싸인 듯,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였다.
사실 지도를 확인하기전에는 부끄럽게도 스리랑카가 인도에 왼쪽에 위치했는지
오른쪽에 위치했는지도 헷갈릴정도로 스리랑카에 대해 무지했다. (빨간색이 스리랑카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가득한 불교의 성지일뿐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의 멋진 풍경과 신비롭고 독특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걸 알았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임을 또다시 새삼스레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누워 계신 부처님, 와불 불상도 독특했지만
인상적이였던 것이 불교의 성지임에도 다양한 종교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수중사원 '시마 말라카'에는 불상 옆에 흰두교신들이 같이 모셔져 있는데 싱할라족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타밀족을 배려한 것으로 이러한 공존과 조합은 스리랑카 전역에서
쉽게 만날수 있는 풍경이었다. 흰두교말고도 교회 건물과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상들도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스리랑카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피시마켓입구에는 예수의 제자 베드로 상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기리야 바위산에 불가사의한 궁전을 세운 카시야파 왕의 슬픈 전설
이야말로 스리랑카여행에서 빠질수 없는 점점 더 나를 압도하며 다가왔다
젊은 왕이 불안과 광기속에 만든 예술작품인 시기리야. 하늘에 떠있는 성

시기리야 정상 위로 좁고 허술한 계단이 모두 1,200개의 계단을 올라야했다니
이런 아찔한 길을 신하와 백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갔지만 왕은 노예들이
떠받드는 가마에 올라타고 오르락내리락 하였다고 한다.
아~갑자기 욕이 나온다. 스리랑카 날씨가 오죽 더운가! 적도와 가까우니 일년내내 더울
텐데. 이 더운 곳에서 이렇게 높은 곳에 성을 지으라고 하니 백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만리장성을 만들라고 시킨 진시황도 그렇고 부인을 위해 타지마할을 건축한 샤자 한도
그렇고 아이러니한 것이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건축물과 예술품을 남긴 이들은 백성을
생각하는 착하고 어진 왕들이 아니라, 무모하고 무자비하며 잔인한 왕들이었다.
위대한 건축물들을 감탄만 하고 바라보기엔 고통스럽게 살아간 힘없는 백성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평상시에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새삼스레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다른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한 나라의 유적은 역사의 흔적이자 자화상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모습은
이렇게 다채로운 표정과 역사를 갖고 있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불쑥 여행을 떠나기엔
현실적인 이유로 떠나지 못하지만 유유자적 책장을 넘겨가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일상에서 한 걸음 비켜나 마음만큼은 어디 한적한 곳으로 휴가를 떠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여행을 꿈꿀 것이다.
속이 꽉 찬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제 스리랑카 여행을 꿈꿀것 같다.
같은 곳을 본다고 해도 내가 보는 스리랑카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