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읽자마자 책을 붙잡고 펑펑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지난 한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큰일들이 빠르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책을 읽기도 전에 독자를 울리는 책이라니…여러 에세이를 읽었지만,유독 이 책이 나를 울린 건 왜일까.할아버지의 입원과 간병 생활, 시험관 실패와 건강 악화까지.한 달 동안의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자꾸만 배터리가 다해가듯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그런데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읽다 보니그간의 내 고통이 ‘별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보며 내 상황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절대로 아니다.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그저 크기도 모양도 다른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느끼는 동질감이랄까.해외에서 서로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눈빛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겉만 멋들어진 말이 아니라,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쓴 문장들에서 묘한 다정함이 느껴졌다.애써 위로하려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어느 날 갑작스레 불행이 찾아왔을 뿐 나의, 우리의 잘못이 아니지 않나.” (29p)이 문장에서 한참 동안 눈길이 멈췄다.나의 불행이, 우리의 불행이,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문장이그간의 서러움을 안아주는 것 같았다.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이라 더 값지게 느껴지는 걸까.한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이는 나에게지나가던 남편은 말한다.‘그 정도면 그냥 안 붙이는 게 낫지 않아?’순간 아차 싶었다. ‘아, 그렇네. 어차피 다 마음에 남을 건데.’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마음이 지친 사람?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민 없는 사람이 있을까.그냥 누가 읽어도 마음에 남는 문장 한 개쯤은 있지 않을까.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그런 책이다.
“제발 생각 좀 그만해.”남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주로 내가 하는 생각은 걱정이다.미래에 대한 걱정,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처럼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부정적인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그런 나에게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온다.“생각은 대체 어떻게 멈추는 거지?”이 책은 걱정과 불안으로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생각 과잉의 유형을 7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처법을 제시한다.내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생각만 멈추려 했던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모든 일이 당신 탓은 아니다.”생각 과잉의 원인 중 하나는 타인과의 비교다.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관은결국 스스로를 갉아먹고,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을 키운다.책을 읽으며 특히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것을 예상하되,그 생각이 반드시 사실은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고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말이다.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상상하며스스로 두려움을 키울 때가 많다.그럴수록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그래서인지 나의 최악의 생각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는 이 말이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메모지에 적어두고 눈길이 닿을 때마다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싶다.저자가 제안하는 해결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작은 도전을 이어가고,변화를 시도하며,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변화와 치유의 시작은 결국 ‘나’로부터 비롯된다.이제는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나를 내어주기보다,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박서련 작가의 <변신 이야기>는번식을 위해 암컷 뱀으로 변신한 남자의 이야기다.뱀이 된 남자는 수컷 뱀으로부터 사랑받았고,그 또한 뱀을 사랑했다.마음만 있다면 사랑이 통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마지막 결말 부분은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훔쳐본 듯해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단편들 중 가장 나를 사로잡은 건함윤이 작가의 <굴은 구르지 않는 돌>이었다.깊은 동굴이 감추고 있던 비밀에 관한 이야기.한 동굴에서 일어났던 실종 사건과드러나지 않은 진실 속에서 태어난 아이.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이어질 것 같았던 이야기는마지막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그곳에는 남성의 시선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두 여성의 관계가 있었다.남성 화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두 여성의 관계.그는 여성 작가 후지이와의 관계를 의식하지만,이야기의 끝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자신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세계,서로 맞잡은 두 손이었다.남성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폭력을이토록 낯선 방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작가가 나를 밀어 넣는 서술 방식.그래서인지 마지막에서 받은 충격은 더욱 생생했다.특히 동굴을 빠져나가며 두 여자가 서로의 손을 붙잡는 장면은과거 동굴에 갇혔던 두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같은 사건을 겪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함께 살아온 두 사람.그들의 관계는 남녀의 문제라는 틀만으로는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비밀은 동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비밀이, 어떤 얼굴을 하고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지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으니까.처음 읽었을 때는 놀라움이,그다음에는 충격이,그리고 또 먹먹함이 쌓여갔다.왜 이들이 주목받는 작가들인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타난 천사에게서독특한 초능력을 얻게 된 당신!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DNA를 빼낼 수 있고,빼낸 DNA를 다른 사람의 몸속에 넣을 수 있게 된다.서로의 DNA를 주입당한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당신이라면 이상한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주인공 이곤은 같은 사람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요빈과 함께 살게 되고,악마에게 매력을 빼앗긴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그리고 두 사람은 친구 비아와 회사 상사인 기정과 시훈까지 엮이며사건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이 작품은 말 그대로 요상하다.악마 같은 천사와 천사 같은 악마,기묘한 초능력과 독특한 인물들까지어느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다.그런데 이상하게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영화를 만들던 작가답게 이야기의 흐름도 독특하다.특정 대사나 문장을 기점으로 현재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매끄럽다.덕분에 각각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천사와 악마가 선명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다.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이런 모호한 경계에서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엿보였다.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인물들은천사와 악마의 개입으로 하나둘 꼬이기 시작한다.매력을 잃자 자신에게 친절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차가워지고,잘못된 선택은 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이야기는 예상했던 방향을 가볍게 비껴가며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낸다.결말 역시 예상을 가뿐히 피해 간다.거기서 끝나는 것도 모자라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그런데도 마냥 싫거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이 작품이라면 이런 결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초능력도, 특별한 존재와의 만남도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인물들의 삶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이는 모습을 보니,손에 쥘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일이 과연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생각하게 된다.그러면서도 끝까지 내 예상을 비껴가는 작가의 상상력만큼은
남들과는 다른, 조금 더 특별한.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특별함을 만드는 일》은 뉴욕을 기반으로 패션, 뷰티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해 온 조엘 킴벡 저자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낸다.자크뮈스부터 알로, 그리고 k뷰티까지평소 좋아하던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뒷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선에서 이 책을 읽었다.그래서인지 내가 사용하는 제품과 브랜드가 어떤 노력을 통해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그동안은 제품의 효과나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생각했는데,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특히 바이레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는 향수 업계에서신생 브랜드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바이레도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그 위에 브랜드의 가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차별점을 만들어냈다.기존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는 점이 놀라웠다.무엇보다 저자는 바이레도의 탄생과 성장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짚어낸다.이미 이뤄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다음을 고민하는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K뷰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실제로 사용하는 라네즈와 롬앤이 등장해 반갑기도 했다.저자는 K뷰티가 세계적인 사랑을 이어가려면‘가성비 좋은 화장품’이라는 이미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브랜드만의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인상 깊었다.얼마 전 미국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티르티르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화제가 되었을 때,나 역시 유튜브를 통해 처음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졌다.좋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화제성으로 주목받은 다음에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바로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제품을 어떤 브랜드로 기억하게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평소에는 제품 자치에 먼저 눈길이 갔다면,이제는 그 제품을 만든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