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풍선’이 도착했습니다
박하선 지음 / 한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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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생각나는 건
형형색색의 동물 모양 풍선이다.
동물원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언제나 손쉽게 풍선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풍선이 뭐라고,
우쭐해진 나는 여러 개의 풍선을 작은 손에 쥐고 동물원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는 신도시 골목에 자리한 작은 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서점’에는 하고 싶은 말을 책에 담아 전할 수 있는
‘오늘의 풍선’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싸운 친구에게 전하는 화해의 메시지부터
차마 전하지 못했던 묵직한 마음까지,
책과 풍선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오가는 서점을 떠맡게 된 빛나는
작가라는 꿈을 내려놓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손님들이 ‘오늘의 풍선’을 통해
묵혀 두었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빛나 역시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빛나는 서점 사장으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전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일은
빛나에게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온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혼자 끌어안고 있던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건넨 진심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누군가에게 건넨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음을 전한다는 게 반드시 답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닿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누군가를 향해 보낸 진심은
결국 그 사람을 살아가게 하더라구요.”(340p)


멈춰 있던 삶을 다시 살아가기 시작한 빛나를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고,
나 역시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건네고 싶어졌다.

나를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왜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어린 나에게 풍선을 쥐어 주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보채지도 않고 잘 웃던 손녀에 대한 고마움일까.

풍선 속에 가득 담겨 있었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 이야기를 통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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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능력을 2배로 높이는 AI 글쓰기 - 챗GPT·클로드·제미나이로 회의록부터 보고서, 기획안 작성까지!
정태일 지음 / 천그루숲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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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AI 도구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나’에게 AI를 맞추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책.

자기소개서 작성법부터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팁까지,
회사 생활에 유용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글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AI 도구를 추천해 주고,
구체적인 프롬프트와 글쓰기 방법까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AI가 낯선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취미가 이제는 일이 되어버렸다.
나 역시 하루 한 권을 읽고 한 편의 서평을 쓰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런 나에게 AI는 없어서는 안 될 조수나 다름없다.

물론 서평을 대신 써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을 바탕으로 직접 글을 쓰고,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다른 표현을 추천받거나
완성된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부탁한다.
AI가 항상 정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솔직한 의견을 들려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나에게는
든든한 조언자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다.
그동안은 내 생각과 표현을 그대로 적어 질문했다면,
이제는 어떤 글을 쓰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따라 프롬프트도 달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명령체와 한자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평소에 노를 계속 젓고 있어야
언젠가 물이 들어올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158p)

AI를 활용할 일이 앞으로 얼마나 많아질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해질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모든 내용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미리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2%의 소금이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것과 비슷하죠.”(34p)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결국 하나의 능력.
이 책은 내 글에 작은 감칠맛을 더해줄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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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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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정 단어나 표현을 들으면
마음의 온도 스위치가 켜지는 듯하다.
바로 ‘몽글몽글하다’이다.

덩어리진 물건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상태를 뜻하는 형용사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야기’,
‘작가의 문장으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라는 식으로 자주 사용한다.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말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가급적 많은 언어를 보살피고 싶다.”(241p)

아기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와 같은 마음일까.
어떤 마음이길래 많은 언어를 보살피고 싶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다 보니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문학 작품 속에서 길어 올린 말들은
작가의 생각과 추억,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기에
언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표현도 많았지만,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자주 사용하던 말도 있었다.

달뜨다, 눈부처, 호젓하다…

곁에 두기 좋은 말들이
모두 따뜻함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까지 하나하나 모아 온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다 보니,
문학 작품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단어들을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보았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말이라서 곁에 두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말에 얽힌 추억과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되고,
그렇게 각자의 곁에 머무는 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소슬한 가을 저녁,
오늘은 작가의 문장을 곁에 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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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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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지옥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위해 나아간 소녀들의 이야기.

작품의 제목을 보면서 사회와 어른들로부터 도망치고
끝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녀들이 정말 잘못을 저지른 걸까 싶었다.
오히려 사회와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 건 아닐까.

열다섯 살 메이린은 새아버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엄마의 결정으로 ‘선한 목자 보호소’에 들어간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을 위한 보호소.

하지만 그곳에서 소녀들을 기다리는 건
끝없는 세탁 노동과 굶주림, 체벌과 감시뿐이었다.

결국 메이린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메이린과 달리,
어떤 소녀는 현실에 순응하고,
또 다른 소녀는 수녀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들을 고자질하거나 괴롭히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소녀들이 살아남는 방식은 달랐다.

메이린은 보호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마의 뜻을 따르며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탈출을 시도하면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메이린의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 계기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끔찍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탈출 이후의 삶까지 보여주는 이야기의 흐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도 소녀들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그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소녀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상처를 안고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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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소기 - 듣지 말았어야 했다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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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되는 순간 나에게도 생생하게 찾아오는 공포.

미쓰다 신조 작가의 소설은 독자를 이야기 속 한가운데로 끌어들여
공포를 직접 마주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 작품 《미미소기》 역시
귀로 듣게 되는 공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다른 공포소설과 다른 점은
인물들이 눈으로 목격한 공포의 장면은 설명하지 않고,
귀로 들은 소리와 이야기만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공포의 순간을 길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 빈자리는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나 같은 경우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어떤 상황인 거지?’라는 생각으로 상상의 폭을 넓혀가며 읽었고,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작가 미쓰다 신조가 오랜 지인 미마사카에게서
낡은 노트를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노트에는 미마사카의 할아버지가 수집한
기묘하고도 섬뜩한 괴담들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노트 속 괴담에서 또 다른 괴담으로 이어진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였던 괴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큰 공포로 번져간다.
읽다 보면 ‘어? 뭐가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현실과 허구의 경계마저 흐려진다.

노트에 적힌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더 무서워졌고,
마지막에 가서는 점점 헷갈렸다.

‘뭐야, 진짜인 거야 아닌 거야?’

괴담의 실체를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내 공포를 키웠던 것이다.

나는 사람의 ‘직감’을 믿는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마음이 하는 말을 무시하면
실수나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담 속 인물들도 직감, 즉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지 않았기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겪은 일 또한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괴담을 읽는 행위 자체만으로
읽는 사람에게도 괴이한 현상이 찾아온다니.
말만으로도 왜인지 섬뜩해진다.

일단 이미 들어버린 순간,
돌이킬 수 없다.
들었기에 믿게 되는 공포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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