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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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단편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작품의 제목인 '다른 사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는 「그곳」이라고 생각한다.

물살에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타인의 도움으로 구조 된 '나'.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품은 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 한다.
쉽게 마음을 내어주는 그녀의 모습을 따라가기 버겁다가도,
그 밑에 자리한 결핍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전과 극심한 더위, 그리고 탈출한 곰이 배회하는 산속 체육관.
꿉꿉한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은 묘한 불안과 불쾌함을 자아낸다.
그 속에서 완전히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사랑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랑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어, 그
오히려 그 낯섦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결국 탈출한 곰이 붙잡히고 그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체육관인 '그곳'이 남아있다.
그녀가 그곳에 남겨두고 온 것들은 어쩌면 오랫동안 채워지지 못한 결핍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하면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함께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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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미워했던 여름 래빗홀 YA
이로아 지음 / 래빗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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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죄책감,
그리고 용서가 머물렀던 한여름의 이야기.


고등학생 연제는 '가짜 무당'인 엄마와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가 갑작스럽게 혼수상태에 빠지고, 연제의 앞에 천사가 나타난다.

"네 엄마의 실수를 바로잡으면 깨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너에게 네 엄마의 재주를 주마."

엄마의 능력을 물려받은 연제는 친구 한겸에게 닥쳐올 죽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한겸이 과거에도 수차례 죽음을 피해 왔으며,
그 죽음들 뒤에 자신의 엄마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과 운명 앞에 선 연제와 한겸.
연제는 과연 한겸을 죽음으로부터 구해 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결국 '선택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연제는 한겸과 가까워질수록 그를 향한 미움과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린다.
한겸의 죽음에 엄마가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미움은 점차 미안함으로 바뀌어 간다.

한편 연제는 중학생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원정과,
그를 향해 자신이 내렸던 선택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신의 행동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후회한다.

반면 함겸은 연제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죽음을 마주했으면서도 그는 자신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수많은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온 연제와,
눈앞의 일들을 그저 지나가는 한 장면처럼 받아들이는 한겸.

특히 자신의 예민함을 싫어하는 연제에게 한겸은 말한다.

"너의 섬세함이 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한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된 나조차 한 번도 스스로에게 해 주지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불안정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미움을 품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품는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만들어 낸 현실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린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된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정답일 수는 없다.
때로는 그 결과를 평생 후회하기도 하고,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나를 죽을 듯 괴롭게 만들었던 일의 시작과 끝은 사실 내 손안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127p)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그런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때로는 후회와 죄책감까지도 끌어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미움과 죄책감, 후회와 이해가 뒤섞인 한여름의 이야기.
어쩌면 미움의 감정은 상대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내 용서하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앞에서 흔들려 본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위로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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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스토킹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2
알렉스 안도릴 지음, 백주연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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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설탐정 율리아 슈타르크에게 들어온 의뢰는 어딘가 기괴했다.

"죽은 약혼자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요."

의뢰인은 유명 배우 비앙카.
율리아는 처음에는 단순한 망상처럼 보이는 비앙카의 이야기를 의심하지만,
그녀와 주변 인물들을 따라가며 하나둘 단서를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사건과 숨겨진 비밀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죽은 자의 스토킹』은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인물들의 불안과 집착, 욕망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반전의 방식에 있다.
단 한 사람을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마치 예상하지 못한 각도로 꺾이는 놀이 기구에 탄 듯,
독자는 율리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끊임없이 흔들린다.

분명 독자는 율리아와 함께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 가는 그녀의 추리까지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율리아는 대체 누구를 의심하고 있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끊임없이 파고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반전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놀라움을 위해 억지로 숨겨둔 진실이 아니라,
처음부터 촘촘하게 배치된 단서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마치 미로의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까지 그 길을 보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북유럽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그리고 끝내 진실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이 선명하게 밀려온다.


이 작품은 단순히 범인을 밝혀내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연극계의 폐단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인물의 욕망,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사건을 주체적으로 파헤치는 인물이 여성 탐정이라는 점 역시 흥미롭다.
율리아는 인물들의 행동뿐 아니라 감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율리아는 누구보다 집요하게 사람을 관찰한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사건보다도 그녀의 시선이 맞닿는 곳에 집중하게 되었다.

죽은 약혼자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기묘한 의뢰에서 시작해,
예측을 뒤엎는 반전과 치밀한 추리로 완성되는 작품.
『죽은 자의 스토킹』은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단서들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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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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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잃은 리더들에게,
먼저 '왜'를 묻게 만드는 책.

'명료함'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것을 사람을 이끄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명료함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명료함』은 그 답을 체계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계기에서부터 시작해, 명료함을 구축하는 방법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그리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보다 명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단계까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히 기술만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게 만들며, 결국 직접 행동하도록 이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사회 초년생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만연한 꿈과 미래에 대한 불안, 회사 생활에 대한 설렘을 동시에 품고 첫 직장에 들어갔던 시절.
하지만 나는 내가 정말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명료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스로의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그 위에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
그것은 단지 리더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때때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처럼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이 길이 정답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무엇 때문에 머물러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에 하나씩 답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리더로서의 역할을 넘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결국 사람을 이끄는 힘의 시작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그리고 명료함이란, 스스로의 가치와 방향을 끝까지 놓지 않는 태도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명료함』은 단순히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서가 아니다.
일을 하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 사람들에게,
결국 무엇을 기준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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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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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만 씁쓸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들을 가장 냉정하게 바라보는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니다.
이름 없는 한 마리 고양이는 중학교 영어 교사인 구샤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주인을 비롯한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철저히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구샤미 선생과 지식인들, 학생들의 모습은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비범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장자의 말까지 꿰고 있는 고양이라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범상치 않다.

작품을 읽다 보면 문득 이 고양이가 작가 나쓰메 소세키 자신을 투영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교양 있는 존재라 믿는 인간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힘으로는 절대 인간을 당할 수 없는 것이 고양이의 서글픔.
강한 힘은 권리라는 격언까지 있는 이 세상에 사는 한,
고양이의 논리가 아무리 합당하다 한들 통하지 않는다."(153p)

고양이는 철저히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인간들의 일상을 바라본다.
인간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들도,
조금만 시선을 비틀어 보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작품은 끊임없이 드러낸다.
특히 집에 도둑이 드는 상황에서도 고양이는 끝까지 개입하지 않은 채 인간들을 관찰한다.
그 무심한 태도는 마치 인간 사회를 기록하는 카메라처럼 느껴져 더욱 인상 깊다.

또한 이 작품은 메이지 시대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급격한 서구화 속에서 인물들은 새로운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애쓰기도 한다.

특히 구샤미 선생은 서구 문명을 무조건적으로 추앙하는 사람들을 비꼬며 사회와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 모습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지식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웃으며 읽다가도 문득 멈칫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 역시 영국 유학 시절 깊은 정신적 불안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어쩌면 고양이의 탈을 빌려 작가 자신의 고민과 시선을 드러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작품은 중간중간 다소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 사회를 비꼬는 고양이의 시선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웃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를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시선으로 비춰진 인간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어 했던 본연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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