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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ゲーテは全てを言った
🏷️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 히로바 도이치. 그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딸과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홍차 티백의 꼬리표에 적힌 한 문장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도이치는 이 문장의 출처를 찾기 위해 괴테 전집을 뒤지고, 학계 사람들과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내며 추적한다. 그러나 결국 명확한 출처를 찾지 못한 채, TV 프로그램 촬영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명언을 입에 올리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마침내 도이치는 아내와 딸,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떠난 독일에서 그 명언의 출처를 찾게 되고, 자신이 왜 그토록 이 문장에 집착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 도이치는 자신의 독일인 친구 요한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독일 사람은 말이야,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23p)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명언이 있고, 그 말들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전해져 왔다. 유명인이 말했다고 알려진 명언들 중에는 사실 누군가가 지어낸 말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명언들을 진짜처럼 믿고, 그 말에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작품은 명언의 진위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도이치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 도이치가 명언의 출처를 찾아나서는 여정 끝에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212p)
라고 깨닫는 장면에서, 나 역시 큰 깨달음에 휩싸였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연일체로 만든다‘는 그 문장을 비로소 몸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껏 유명인이나 위인들의 명언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흔히 명언을 SNS 프로필에 적어 두는 사람들을 비웃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통해, 명언이 지닌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직접 내 입으로 말하고, 그 말에 걸맞게 행동할 때, 그 문장은 비로소 남의 말이 아닌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괴테의 그 말 말이지, 자네는 그걸 찾을 수 있을게야.
그 말이 진짜라면.“(157p)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인 마나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명언의 출처를 찾는 일보다, 직접 ’말하는 행위‘를 통해 그것이 진짜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