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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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고난을 택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자는 드물다.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을 바꾼 사람 지미 친. 그는 어느 등반 잡지에서 차라쿠사 계곡 사진을 처음 보고 전문 등반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진은 존경받는 등반가 콘래드 앵커와 전설적인 등반가이자 사진작가인 게일런 로웰의 사진이었다. 지미 친은 1999년 파키스탄 차라쿠사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경외 가득한 곳을 향해 전 세계를 누빈다.  


이 책에서는 지미 친 뿐만 아니라 릭 리지웨이, 콘래드 앵커, 게일런 로웰, 스티븐 코크, 딘 포터, 시더 라이트, 스테프 데이비스, 이본 쉬나드, 티미 오닐, 알렉스 호놀도, 토미 콜드웰 등 전설적인 등반가이자 모험가들을 만날 수 있다.  



6,934미터 높이로 산악 요새를 방불케 하는 K7, 세계에서 교전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카슈미르 인근의 카라코람, 파타고니아의 세로토레, 티벳 창당, 미국 티턴과 요세미티, 말리, 히말라야 메루 봉, 키나발루 산 거벽, 중국 미냐콩카 산맥의 샹그릴라, 차드의 사암질 타워, 남극까지 기후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3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 배낭을 지고 때로는 자기 키의 수 배에 이르는 사다리를, 때로는 스노드보드와 스키까지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계곡이나 등성이에 대롱대롱 매달린 포탈렛지 캠프 안에서 머물고, 날씨가 궂으면 이런 상황이 며칠이고 지속되기도 한다. 눈과 빙하 아래의 크레바스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고, 바람에 의해 암벽에서 날려 패대기쳐지며, 떨어지는 눈폭탄에 몸이 연처럼 나부낀다. 로프 없이 암벽에 오르는가하면 고공 줄타기도 서슴치 않는다.  


오르는 것만으로 숨이 턱에 찰 지경인데, 그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의뢰로 환경 보호 영상 및 영화를 촬영하고, 에베레스트에서 스노보드와 스키를 탄다. 또한 중앙 고원의 절벽집에서 사는 토착 민족인 도곤족과 며칠 간 생활하며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암벽과 사암질의 타워 등 모든 순간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이들의 모험이 순탄하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다. 큰 위험에 직면하고, 심각한 부상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지미 친 본인도 눈사태에 휩쓸려 파묻혀 죽을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을 산 앞에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등산 경험이야 대한민국 국토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언감생심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알 것 같다. 아마 그들도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을까. 꽤 어린 시절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산을 다녔지만, 누가 왜 산에 가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그냥 간다.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책을 펼치고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입이 다물어질 틈이 없었다. 저절로 지리산 천왕봉을 허걱대고 올라간 내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아... 부끄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올 수 밖에 없다. 나는 타고나기를 어깨가 약하다 보니 짐을 지는 걸 힘들어 하는 지경이라 아무리 등산을 좋아해도 대부분 만 하루를 넘기는 일정을 잡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산길에 백팩커를 만나면 존경스러울 따름인데, 하물며 지미 친과 동료들의 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 후반부에는 지미 친이 감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솔로>의 촬영 과정 일부가 소개되어 있는데, 책을 다 읽고 영화를 찾아서 시청했다. 오금이 저리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요세미티의 3천 피트 높이 엘캐피탄 암봉을 로프 없이 맨몸으로 올라가는 알렉스 호놀드를 보면서 호러 영화도 아닌데 두 손으로 눈을 막고 손가락 사이로 시청하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너무 긴장해서 보다가 울 뻔했다.


경이로운 사람들, 경이로운 사진이다.  
나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모험이지만, 그래도 세상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어떤 기분을 들게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69.
뒤돌아 집까지 살아서 간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목표는 거기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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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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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복간됐다. 누아르의 고전이라고 불려서 읽으려고 했으나 절판되고 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했던 작품. 이렇게 고마울데가. 거기다 프랑스 누아르라니 반가움 반, 기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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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장난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3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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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는데 처음 알게 됐다. 제목부터 임팩트 있는데, 목차만 읽어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친 장남감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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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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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두 지 아시스의 다른 작품을 도서목록에 올려놓고도 여전히 읽지 못한 채로 이 작품이 출간됐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브라질 작가의 작품인데다 두 번째 번역본이니 그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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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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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판본의 등장. 두 개의 다른 판본을 읽었지만 <폭풍의 언덕>은 여전히 새로 읽는 기분이다. 더구나 샬럿 브론테의 서문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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