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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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우린 선택을 한 거예요.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사느니 목숨 걸고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그렇죠? 
 

 
보스를 배신한 폭력 조직의 말단 조직원인 거구의 20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인 여고생, 명동 일대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노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봉으로 고용해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킨 50대 승강기 부품 공장 사장. 이들은 모두 살해 피해자이며 새끼 손가락 한 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손가락 한 개씩 더해져 공장 사장은 손가락 네 개가 잘린 채 발견됐다. 연쇄 살인범은 일명 '단지 살인마'로 불린다. 
 
전업 투자자 영민은 가벼운 호기심으로 '단지 살인마'의 범죄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며칠 밤잠을 설쳐가며 분석했지만 패턴이나 공통점은 찾지 못하다가 카톨릭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세븐>을 보다가 불현듯 단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십계명' 
 
피해자와 십계명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는데......  이럴수가! 살인자의 패턴인가, 확대해석인가. 그리고 얼마 후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평생 가난한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은 30대 남성 영어학원 강사다. 부모를 공경하라, 다섯 번째 계명이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그 영향으로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으며, 현재까지 약을 복용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영민은 '단지 살인마'의 모방 범죄를 통해 스스로 여섯 번째 범죄를 완성한다. 그리고 영민이 살인을 저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희생자가 나왔다. 인슐린 과다 투여로 인한 저혈당 쇼크로, 27주차 임산부였으며 오른손 손가락 전부와 왼손 새끼와 약지, 일곱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였다. 일곱 번째 계명은 '간음하지 말라'. 이 범행은 연쇄 살인마의 소행일까, 아니면 또다른 모방 범죄일까? 
 
 
버킷리스트를 적은 노란 포스트잇이 냉장고 문에 붙어 나비 떼처럼 팔랑거리는,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날, 우편함에 하얀 편지 봉투가 꽂혀 있었다. 
 
'단지 살인마, 전화 요망. 010 - XXXX - XXXX' 
 
단지 살인마가 영민에게 연락을 하라는 것인지, 영민을 단지 살인마라고 여겨 연락을 바라는 것인지 애매하지만 확실한 건 영민이 완전 범죄라고 여겼던 범행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밀봉되어 있던 봉투에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하자 영민이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영상을 보내며 돈을 요구한다. 그의 요구대로 돈을 보낼 것인가, 해외로 도망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대적할 것인가! 그런데, 이상하다. 협박범이 사용한 전화의 번호가 일곱 번째 희생자의 전화번호다. 
 
사건은 영민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영민은 열일곱 살에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 그로인해 대인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에서 발작을 일으켜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군대로 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연쇄 살인 행각 뒤에 숨어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양승범을 살해한 후 손가락 여섯 개를 절단하면서 모방 범죄를 벌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단지 살인마'의 다음 희생자는 손가락 일곱 개가 잘린 채 발견된다. 이쯤에서 독자는 주인공 영민이 가진 의혹을 넘어 앞서 일어난 '단지 살인'이 연쇄 살인범에 의한 범죄냐 아니냐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연쇄 살인 희생자는 십계명에서 금하는 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다른 신을 섬기면 안되고, 우상을 만들면 안되고, 신의 이름을 남용해서는 안되고, 안식일을 지켜야 하며,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안되고, 간음.도둑질 하지 말고, 거짓 증언을 하지말며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 그런데 이 열 가지 계명에 한 가지도 해당이 안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편법적으로 타인의 재산을 탐하고 자기 혹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게 않게 거짓말을 하고, 고용인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를 보장하지 않으며, 일부 종교인들은 신의 이름을 남용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부모 공경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됐으며 강력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단지 살인마'의 희생자는 특별한 사연이나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지나가는 누구를 가리켜도 범인의 표적이 되는 것이 이상할게 없는 불특정 다수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도,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테다.  
 
우리는 종종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라는 실험에 든다. 물론 영민의 복수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나 영민의 현재의 삶을 보면 학폭 가해자를 용서하기 어려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양승범은 반성과 사과조차 없다.  
 
그렇다면 소설 초반 영화 <세븐>을 통해 던져진 질문을 다시 해 보자.  
 
27.
내가 느끼는 살의는 놈의 살의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한가.

 
살의에 '윤리'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살의가 실행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관대하다. 그러나 범행이 살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내부에 있는 살의를 정당화시킬 명분을 준비하고 있다. 영민은 꼼꼼하게 계획 범죄를 저지르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에 기부와 후원을 한다. 선행을 통해 살의에 대한 윤리적 죄책감을 대체시킬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영민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탐정놀이가 살인으로 이어져 두번 째 살인까지 계획하게 되고 두번 째 범행이 실패하면서 그뒤를 잇는 새로운 연쇄 살인범이 탄생한다. 안심하지 마시라.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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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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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조리를 담은 한 편의 누아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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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1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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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고 사업상의 문제로 캘리포니아 집에서 병에 걸린 어머니 릴리와 도망치듯 떠나 뉴햄프셔 알함브라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잭 소여. 언제부턴가 꿈을 꾸는 것처럼 엄마가 괴한으로부터 납치되는 장면이 백일몽처럼 시야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잭은 그냥 환시 혹은 착각이라고 여긴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우연히 개장하지 않은 놀이공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흑인 노인 스피디 파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잭을 '방랑자 잭'이라고 부르며, 잭과 구면일 뿐만 아니라 잭에게는 운명적인 특별한 임무가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잭은 스피디로부터 건네받은 녹색병 물약을 통해 '테러토리'를 경험하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업자이자 경쟁자인 모건도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두 세계에는 서로의 트위너가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잭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트위너가 없다고 말해준다. 또한 엄마를 살리려면 엄마의 트위너인 테러토리의 여왕 로라를 구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쪽' 세계의 알함브라 호텔에서 '부적'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부적을 찾아오는 것이 잭의 임무다. 망설이던 잭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떠날 결심을 하고 약물을 들이킨다. 
 
눈을 뜨자 테러토리에 와 있는 잭. 펀월드 놀이공원은 마을 축제의 장이 되어있었고, 짐마차를 따라 여름 궁전에 들어가기 위한 출입증이 없는 잭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스피디가 언급했던 캡핀 파렌을 만나서 표식인 금줄 무늬가 새겨져 있는 커다란 이빨로 변한 기타 피크를 보여주고 그의 도움으로 여름 궁전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엄마의 트위너, 로라 여왕을 본다. 그녀의 아들은 생후 6주만에 죽었는데, 잭도 6주만에 요람에서 죽을 뻔 했고, 그 현장에는 모건 슬로프가 있었다. 테러토리를 장악한 모건의 트위너. 파빌리온에서 빠져나오기 직전 캡틴과 잭은 모건의 부하 오스먼드와 마주치지만 다행히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오스먼드는 5년 전 잭을 유괴하려던 사람이었다. 캡틴 파렌이 준 동전을 받아들고 본격적으로 길을 떠나는 잭은 모건이 탄 마차와 스치듯 지나치고 그의 마차를 피하다가 길 밖으로 벗어나 위기에 처하자 물약을 마시고 간신히 이쪽 세계로 돌아온다.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된 잭. 이쪽 세계의 길로 걸어서 가야한다는 스피디의 충고로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 열두 살 소년은 스스로 방법을 찾고 아르바이트로 숙식을 해결하며 고통을 참으면서 주어진 일을 완수해 간다. 중간 목적지 오를리에 도착한 잭은 폐허가 된 마을의 업다이크 오를리 주점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악질적인 주점의 주인 스모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주점에 걸려온 의문의 전화 몇 통. 어느날 잭이 전화를 받자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며칠 후 잭이 주점을 탈출하려는 순간 저쪽 세계의 트위너, 엘로이 괴물이 공격해 온다. 잭은 다시 녹색병을 손에 쥔다.
 
다시 테러토리의 서부도로에 선 잭은 서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테러토리에서 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공간이동을 하기 위해 마신 물약이 애꿎게도 잭을 다시 현실세계로 돌려보낸다. 엄마가 걱정되어 알함브라 호텔에 전화를 건 잭은 엄마가 모건에게 붙잡혀 있음을 알게 되고, 그는 잭에게 돌아오라고 경고한다. 잭은 걷는 동안 어린시절의 기억과 사건들을 떠올리며 두 세계를 순간 이동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로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귓가를 맴도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목소리, 그리고 더이상 순간이동에 의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잭은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고속도로 위를 걷는다. 도로의 지저분한 휴게소와 욕설을 내뱉는 거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테러토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모건으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한 잭은 두려움에 물약을 마시고 테러토리에서 새로운 친구, 늑대인간 울프와 만난다.   
 
울프는 잭의 아빠인 필립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잭의 냄새로 필립이 죽었다는 사실까지 알라낸다. 잭은 타인의 감정을 냄새로 알아내는 울프와의 대화를 통해 모건이 테러토리를 자신의 세계로 만들려고 한 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음을 새삼 확인한다. 울프의 초원까지 쫓아온 모건의 모습은 흡사 늑대인간 같았다. 사업가 모건 슬로프가 테러토리의 왕위를 노리는 오리스의 모건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모건의 공격으로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잭은 쓰러져 있는 울프를 끌어안고 마지막 한 모금 남은 물약을 마신다.  
 
잭은 당황하고 냄새때문에 힘들어 하는 울프를 데리고 다시 현실세계의 길을 걷고 인디대나주에 진입했다. 물약이 떨어져 공간이동은 불가능하고, 울프 때문에 히치하이킹이 어려워 더욱 고단한 길. 더구나 자동차 냄새를 참지 못하는 울프로 인해 농가로 접어든 두 사람은 울프가 늑대로 변신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다시 위기에 봉착한다.늑대로 변신하면 닥치는대로 고기를 잡아먹는 울프의 조언대로 잭은 스스로를 헛간에 가두고 두 사람은 사흘을 무사히 넘긴다. 
 
ㅡ 2권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사업문제로 빚쟁이가 되어 병자인 엄마와 함께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열두 살 소년 잭의 모험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그 인연이 아빠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아빠의 친구이자 사업 동반자의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개연성으로 소설의 스토리는 탄탄하고 흥미롭다. 비록 1권만 읽은 상황에서도 기계화된 문명 세계와 심각환 환경 오염 등 헌대 사회에서 고민하고 우려하는 사회적 문제와 한 소년의 성장기가 판타지를 만나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2권에는 더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2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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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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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예요. 얘가 틀림없습니다."

 
부모도 형제도 모르고 어릴 때 기억이 아예 없는 렌은 성 안토니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이다. 렌은 보육원에 맡겨질 때부터 왼손이 없이 손목은 봉합된 상태였고, 그의 이름은 맡겨질 당시 잠옷 목깃에 짙푸른색 실로 수놓여 있었던 R. E. N 세글자에서 비롯됐다. 소년이 자라고 잠옷이 해어지자 수놓인 목깃 부분만 따로 챙겨 고이 간직했다.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공정해서 판매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은 고된 노동을 하고 여러 이유로 등받이 없는 체벌 의자에 서서 채찍을 맞는다. 해마다 겨울이면 새로운 신발과 이불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한 번도 구경조자 못했다. 성장한 아이들이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입양에 성공하지 못하면 군대에 보내지고, 존 신부가 그 대가를 받고 아이들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모종의 계약서를 쓴다는 말이 돌았다.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했고, 렌은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왼쪽 손목의 흉터가 점점 더 근질거렸으며 때때로 물건을 훔쳤다. 보육원 아이들은 너나없이 돌멩이를 수집한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채우려는 듯. 
 
어느날 동생을 찾으러 왔다는 벤저민 냅이라는 젊은 남자는 렌을 덥석 안으며 틀림없는 동생이라고 말한다. 짐을 싸라고 말하는 존 수사. 렌이 짐을 챙기는 동안 곁에 있던 조지프 수사는 렌이 훔친 책 <성자들의 삶>을 발견한다. 
 
"왜 이 책을 훔쳤니?"
"기적을 갖고 싶었어요." 

 
형을 따라 보육원을 나온 렌. 그러나 형이라는 남자는 렌을 데리고 보육원을 나오는 순간부터 거짓말과 도둑질로 일관한다. 하룻밤 재워준 집에서 말과 마차를 훔친 벤저민은 렌의 예상대로 그의 형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게 무어냐고 묻는 벤저민에게 '가족'이라고 답하는 렌. 오후 늦게 조그만 항구 마을 그랜스턴에 도착한 두 사람. 그곳에서 렌은 벤저민과 한패인 톰을 만나고, 벤저민은 렌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도굴꾼이자 사기꾼이었다.
 
어둑해질 무렵 노스엄브리지에 도착한 렌 일행은 샌즈 부인이 운영하는 여관에 숙박한다. 그곳은 근처 쥐덫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애들이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에 가담하게 된 렌은 닥터 밀턴에게 의뢰받은대로 밴저민, 톰과 시체를 훔치던 중 의도치 않게 무덤에서 산 채로 묻힌 청부살인마 돌리를 꺼내게 되고, 그는 일당에 합류한다. 벤저민은 쥐덫공장의 사장 맥긴티가 밀수 시장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큰 돈을 벌 기회를 노린다.
 
어느날 아파서 쓰러진 샌즈 부인을 닥터 밀턴 병원에 입원시킨 후 밤마다 굴뚝으로 찾아오는 의문의 난쟁이를 부인 대신 챙기기 위해 부엌에서 기다리는 렌. 드디어 그를 만나 샌즈 부인의 상황을 알리고 두 사람이 남매라는 것과 그가 외부의 어떤 접촉도 없이 외롭게 지붕에서 혼자 지내왔음을 알게 된다. 
 
한편 사라졌던 톰이 보육원 쌍둥이 브롬과 이키를 데려왔다. 렌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오는 내내 협박에 시달린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렌은 샌즈 부인이 자신에게 했던대로 쌍둥이들이 씻을 수 있게 해주고 잠옷과 이불을 가져다 주었고, 밤이 되자 다시 '낚시'를 나간 일행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모자단과 맞닦뜨리고 황급히 도주하지만 결국 잡혀 노스엄브리지로 끌려온다. 
 
모자단은 지명수배자를 잡아 돈을 버는 인간 사냥꾼 집단이다. 모자단 우두머리 파일럿은 만신창이가 된 벤저민 일행을 쥐덫공장의 사장 맥긴티에게 끌고 갔다. 맥긴티는 렌이 성 안토니오 보육원 출신이며 왼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소년만 남겨두고 벤저민 일행을 쫓아낸다. 
 
그리고 마주한 진실. 
 






 
근친강간을 하는 아버지를 죽인 남매. 강간과 살인의 충격으로  실성하다시피한 누이는 어느날 아이를 낳았다. 오빠는 누이를 임신시킨 누군지 모를 남자를 향해 복수를 다짐했고, 누이는 아이가 손을 잃은 후 죽었다고 거짓말한 후 보육원 앞에 놓아두고 열병으로 죽었다. 렌이 알게 된 사실은 엄마는 죽었고 외삼촌은 조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제니의 도움으로 탈출한 렌이 찾아간 곳은 샌즈 부인이 입원해 있는 병원. 그런데 톰과 쌍둥이가 있었고 벤저민은 어디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닥터 밀턴은 렌에게 톰의 다리 골절 수술비와 샌즈 부인의 입원비 대신 렌의 사후 신체 기증서에 서명하라며 서류를 내민다. 렌은 닥터 밀턴이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하고 샌즈 부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여관으로 향하고 얼마 후 톰과 쌍둥이, 돌리가 돌아온다. 그러나 다시 쫓아온 모자단에 의해 쥐덫공장으로 잡혀온 렌. 이제 렌은 자신의 손목을 잘라낸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아버지가 누구냐고 집요하게 다그치는 맥긴티. 
 
렌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벤저민의 사기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 반전! 그리고 두번 째 진실.
마침내 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467.
그렇지. 이제야 우리는 서로를 찾은 거야. 안 그러냐? 오랜 시간을 헤매다 이제야 서로를 찾은 거야. 

 
 
■ ■ ■ ■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라고는 잠옷 목깃에 새겨진 이니셜과 잘린 손목이 전부인 고아 소년 렌. 소년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족이 생기는 기적이다. 소년의 바람과는 다르게 형이라고 나타난 젊은 남자는 그를 사기에 이용할 뿐이다.  
 
보육원 침대 맡에서 늘 상상해 왔던 가족은 고사하고 렌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유별나기 짝이 없다. 학교 교사를 하다가 사기꾼이 된 톰,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벤저민, 우악스럽고 거친 샌즈 부인, 지저분하고 걸신들린 듯 먹을 것만 찾는 쥐덫공장 소녀들, 산 채로 매장 되었던 청부살인업자 돌리까지. 그러나 숨겨져 있던 아픈 사연을 공유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벤저민은 십대 중반에 그의 삼촌이 도박 빚을 갚으려고 군대에 팔아 넘겼다. 끔찍한 전쟁터를 견디지 못해 탈영했고 사기꾼이 되었다. 그래서 벤저민은 곧 군대에 보내질 렌을 선택했다. 비록 거칠지만 샌즈 부인으로부터 목욕을 시키고 몸에 맞도록 옷을 수선해 주고 끼니를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를 처음 경험하는 렌은 그녀가 병원에 입원하자 일당의 돈을 털어 병원비를 내주고 그녀 대신 그녀의 난쟁이 동생의 끼니를 챙기며대화를 나눈다. 친구는 중요하다며 렌에게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보육원에서 쌍둥이 형제를 데려온 톰, 자신을 무덤에서 꺼내주고 수발을 들어준 렌을 목숨을 걸고 지키며 친구라고 말하는 돌리, 돌리가 살인마라는 말에 자신의 이형연구를 위해 그의 신체에 관심을 보이는 닥터 밀턴에게 돌리는 친구라고 말하는 렌, 쥐덫공장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렌의 탈출을 도왔던 제니 등 그들은 서로의 결핍을 연민하며 연대한다.  
 
소설에는 편견과 선입견에 쌓인 사회적 약자들이 등장한다.
기억할 수 없는 시절부터 왼손이 없었던 소년, 쌍둥이는 불행을 몰고온다는 인습에 입양이 안되는 쌍둥이 형제, 물건처럼 팔리는 고아들, 열악한 환경에서 악랄하게 노등을 착취 당하는 소녀들, 세상 사람과 단절하며 살 수 밖에 없는 난쟁이, 먹고 살기 위해 사기와 도둑질로 연명하는 하층민들. 사회적 약자들은 현대 사회에도 존재하고 여전히 차별과 싸우고 있다. 
 
또한 혈연중심 가족의 틀을 벗어난 연대중심의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주고 공감을 한다면 가족이 되지 못할 까닭이 무엇일까? 돈 때문에 가족끼리 소송을 하고 절연을 하는 세상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모험 성장소설이다. 찰스 디킨스의 빅토리아 시대의 음습한 분위기보다는 좀더 명암이 밝다. 소설은 내내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오락가락 하며 팽팽하게 진행하고, 특히 진실을 찾아가는 후반부의 긴장감은 소설의 맛을 배가시켜 주며 결말의 통쾌함은 짜릿하다. 또한 매력 넘치는 벤저민과 사랑스러운 렌의 조합은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따뜻한 소설 한 편을 권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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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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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고와 연예.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읽기를 권한다. 








[역사]

역사의 단계는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자본주의, 제국주의 시대, 세계1차대전, 세계대공황, 세계2차대전, 냉전시대를 거쳐 현재는 신자유주의 시대다. 


근대 자본주의에 새로운 권력이 탄생한다. 사회계급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노동자계급, 무산계급)로 나뉘어진다. 사회 갈등의 본질은 실제 노동은 프롤레타리아가, 부의 축적은 부르주아의 몫.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로 인해 고용주와 피고용인에 따른 갈등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근대 자본주의의 전개는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공급이 과잉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한다. 정복할 식민지가 부족해지자 일어난 것이 세계1차대전이고 전쟁 종식 후 초공급과잉으로 상품 가격을 내리고, 원가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자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1929년 경제대공황이 발생한다. 이 난국을 전쟁으로 해결하고자했던 독일의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세계는 다시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린다. 이 전쟁을 연합국이 승리하면서 세계의 중심은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으로 재편된다. 미국은 자본주의, 소련은 공산주의로 두 국가는 강력한 힘의 균형을 위태롭게 유지한다. 그래서 직접적인 충돌은 없으나 다른 국가들의 국지적인 전쟁 발발을 통해 대립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이유 는 공산주의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본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무역 거래를 하지 않는 공산국가가 증가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입장에서 시장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공산주의 국가의 존재 자체가 자본주의에 위협이 되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자본가들을 제거하고 하고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즉 내부적 공산주의 혁명의 위험성이다.


공산주의 체제 몰락으로 자본주의 독주 시대가 도래했다. 신자유주의의 탄생이다. 냉전시대 이전과 이후의 자본주의는 차이를 보인다. 이후 자본주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거부하고 자유 시장을 추구한다. 세계는 매우 소비적이고 시장중심적인,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특한 사회에 살고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과정, 이것이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다.



[경제] 

경제체제는 초기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산주의(사회주의) 네 개로 구분한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이다. 


시장의 주체는 개인, 기업, 정부이고 정부의 개입 방법은 세금, 규제를 통해 이뤄진다. 시장 자유의 범위에 따라 세금과 복지의 규모가 달라진다. 경쟁률, 경기활성화, 사회불안, 빈부격차 등 개입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경제체제를 구분 짓는 것은 '생산수단'의 개인 소유 인정 여부에 따른다.


18세기 근대에시작한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유만이 존재한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의 자정능력을 믿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는 부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너무 쉽게 간과한 듯 하다. 후기 자본주의(수정 자본주의)는 냉전시대 붕괴 전까지 이어졌다. 시장의 자유를 축소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체제로써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가 제시했다. 정부는 세금을 높이고 다양한 규제를 통해 시장 실패를 막고, 거대 자본이 산업을 독점하는 것을 견제하며,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경제체제로 자리매김한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의 자유를 확대한다.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나 시장의 독점과 극심한 빈부 격차가 우려된다.


정책을 비교해 보자면 성장중심정책과 분배중심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성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의 특징은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 빈부격차 심화, 사회약자 소외를 들 수 있고, 분배 중심의 후기 자본주의는 빈부격차 해소, 사회약자 구제, 기업.국가 경쟁력 약화로 말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는 기본적으로 반비례 관계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핵심은 분배의 시기에 있다. 어디에 주안점을 둘지는 사회 구성원의 몫. 넓고 긴 안목이 필요하다.




[정치]  

정치란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시장자유주의를 주장.옹호하는 정치적 보수,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정치적 진보로 구분할 수 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진보라 할 때 그것이 지칭하는 것은 후기 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다. 신자유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자본가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정부의 재정과 복지정책은 축소된다. 삶의 질이 높은 자본가에게 공공서비스나 복지는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세금 인상보다 복지확대가 실질적인 이득이다. 정치의 본질은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문제이며, 구체적으로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는 미디어. 그러나 객관적인 미디어는 없다. 이 사실을 전제하고 언론과 방송을 접해야 그나마 객관적인 사실에 근접할 수 있다. 미디어의 상품은 시청자이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기업이다. 즉 기업은 시청률을 사고, 미디어는 시청자를 기업에 판다. 그러므로 미디어는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언론사와 방송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거대 재벌그룹이다. 미디어의 수익구조가 한국에서 보수 정당이 지속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을 제공한다.


226.

미디어에서 비정치적 성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지 않는 것, 정치적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나 비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보수적 세계관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시사가 배제된 예능은 대중의 말초적인 재미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제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정치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은 현실에서 기업과 노조. 궁극적인 측면에서 한쪽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의 협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집단의 이익을 우선할 것이냐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구분된다. 노동자 파업을 윤리적.도덕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려는 미디어의 속성을 고려해 파업에 대한 막연하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지 않고 파업의 원인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유권자는 대기업과 유착하는 미디어와 정치 세력에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데 더 신중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세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을 예로 들어보자. 세금을 낮추고 건강보험을 민영화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국민의 대다수가 자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사회 구조적 문제는 개인이 극복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각자 깊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반대말은 독재와 엘리트주의, 공산주의 반대말은 자본주의다. 두 체제의 차이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의 수에 있다. 민주주의는 대의제 형태로써 장점은 거시적으로 시민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한다(정당 선택). 문제점은 선거를 통해 독재자 선출, 혹은 다수의 독재가 될 수 있는데,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독재를 만들어낸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현실적으로 결국 소수에게 권력이 주어질 수 밖에 없다. 소수를 선출하는 시민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권력이 주어지는 계층의 소양과 소명의식을 갖을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시민교육이 절실하다.

261.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과 공정한 절차가 보장되고, 각 구성원이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관용의 태도가 전제되어야만 이상적인 형태의 민주주의가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경제체제는 어쩔 수 없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며, 그만큼 다른 집단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특성상 완벽한 경제체제는 없다. 따라서 완벽한 경제체제가 없는 한 완벽한 정치체제가 없으므로 이상적인 정치는 불가능하다. 특히 독재나 소수 엘리트에 의한 이상적인 사회는 허구이다. 정치에서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인물이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에서 충돌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절차가 마련되는 것이다.

사민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 정당이 공존한다. 사민주의 체제가 전제하는 것은 시민의 합리성에 대한 신뢰다. 시민이 국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서 성장과 분배, 시장 자유와 정부 개입, 세금 축소와 복지 확대 중 개인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가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은 국가 채무의 증가다.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의 평균적인 부유함은 사민주의 때문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환경과 역사(제국주의로 의한 안정적인 경제상황)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북유럽 국가와 같은 적극적 복지를 무조건 실행하기에는 타당하지 않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정치 논쟁의 핵심도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한 논의다.

이익 추구에 대한 견해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까닭에 민주주의는 팽팽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쉽게 변하기 어렵다. 유독 한국이 신자유주의에서 멈춰있는 까닭은 첫째 역사의 문제가 있다(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적대적 경험),  둘째 교육의 문제다(교육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기득권층으로 교육은 보수적인 측면을 띤다), 셋째 대중의 비합리성이다.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체제' 자체가 아니라 '체제 선택의 합리성'이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



[사회]  
개인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이익이 대립한다면 개인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사회라는 개념이 허구라는 데 있다. 사회는 단순히 개인들의 총합이라는 것. 

집단주의는 같은 상황에서 사회의 이익이 우선한다. 근거는 사회가 실체라고 본다.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행사를 한다. 사회없이 존재하는 개인이란 가능하지 않고, 개인의 존재 의미는 언제나 사회 안에서 규정된다.

이기주의는 개인의 문제로써 이를 억제할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주의는 국가나 사회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개인들을 희생시키려고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전체주의는 개인의 도덕적 부채를 대신 해결해 주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자연권이란 천부적 권리, 하늘이 부여해준 권리로서 국가라 하더라도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이며 배타적인 권리(생명, 재산,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국제기구가 개입하지만 이에 대한 한계는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폭력에 개입하기는 어렵고, 국제기구의 구조상 소수 선진국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디어의 보도를 의미론과 화용론의 측면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독재 사회는 정부 입장을, 민주주의 기업 입장을 대변한다. 현재는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의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전반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332.
신문과 방송이 광고주인 사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사기업들은 광고로 언론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잘못된 이익의 먹이사슬이 형성됐다. (노암 촘스키)



[윤리]
모든 윤리적 판단에 앞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시점이다.
윤리적 정의를 보면 도덕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하고 암묵적으로 준수하는 규범이나 규칙이고, 윤리는 규범과 규칙이 정당한지를 의심하고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당위명제는 참과 거짓의 판단을 넘어서 있고, 이에 따라 윤리적 명제 역시 참과 거짓을 말할 수 없다. 당위명제는 사실명제를 통해 증명될 수 없고, 사실명제와 무관하게 그 문장 자체의 내용만을 토대로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윤리적 판단은 실제 세계가 어떠한지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의무론은 도덕 법칙이나 의무를 준수하는 행위로써 과거에서부터 주어져 있는 의무를 고려하며 비결과주의다. 목적론은 다수의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로 미래에 발생할 결과를 고려해서 행동하고 결과주의다.

칸트의 정언명법은 개인적으로 하려는 일이 동시에 모든 사람이 해도 괜찮은 일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라.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 윤리라기 보다 경제적 이익에 가깝다. 밀은 질적 공리주의, 쾌락과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 평등 등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와 가치들을 지켜낼 수 있다.

하이에크는 절대적 신자유주의 옹호했고, 롤스는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벗어났을 때, 사회 전체가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분배 방식을 주장했다.

376.
정의롭고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개개인이 납득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재분배를 추진해야 한다. 


■ ■ ■ ■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이 책은 가장 기초적인 교양서이다. 복잡한 이념 이론과 역사, 경제, 사회 문제 등을 단순하게 정리했다. 이러한 기본 개념을 토대로 현실에서 접목시키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분명한 건 이 책이 깊이 있는 독서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에서 지원한 도서로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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