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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여행 중독자가 기록한 모든 순간의 여행
추스잉 지음, 김락준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p40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어디를 여행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지 못하는 사람은 깃발을 휘날리며 세계를 일주해도 여행을 오롯이 즐기지 못한다. (...)
여행은 낭만적인 외출이 아니다. 중요한 것을 여행을 통해 스스로 변하고, 독립적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우고, 스스로 더 만족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p57
어떤 사람들은 여행할 때 세상 더없이 즐거워하다가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돌아오면 다시 우울해
한다. 난 그들이 왜 그렇게 변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국적인 풍경으로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공간을 요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 DNA가 충만한 사람은 힘들게 진수성찬을 차리지 않고
한 가지 요리에 작은 변화만 줘도 인생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킬 수 있다. 일상을 적극적으로
바꾸면 굳이 이국적인 풍경으로 자신을 충전할 필요가 없다.
p115
여행은 나에게 세상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고, 나의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굳이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p139
나는 나와 동갑인 독일 청년에게 이렇게 물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야,
아니면 미래가 보장되는 일을 할 거야?" 그는 이렇게 반응했다. "무슨 질문이 그래?"
내 부모님은 항상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그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나에게 그 질문은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은 이런 믿음이 자신이나
자녀에게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하는 사고방식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모르셨다. 이상과 현실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p147/148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또 고용주와 순조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건 광장히 중요한 일인데요, 고용주와 노동자는 모두 서로 인생의 일부분을
함께 나누고 있는 사이입니다.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 동반자가 되는 것을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같다. 물론 여행으로 세상을 종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행자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p188
왜 사람들은 남이 자신에 대해 잘못 알고 있으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정작 자신이 남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땐 아무렇지도 않게 '나 몰라라'하는 태도를 취할까? (...) 오해받은 것을 그렇게 문제
삼고 싶다면 나 자신부터 이 세상에 대해 모든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한 뒤에 문제
삼으라.
발췌해 놓은 문장들만 보아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예측될 것이다.
이 책은 여행실용서가 아니다. 여행지로서 어디가 적합한지, 혹은 어느 명소가 좋은지, 어떤
경로를 통한 여행이 유익한지를 알려주는 안내서가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철학, 가치 등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사고를 넓혔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됐으며, 자만과 오만,
편견을 버리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타인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단다.
나는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여행을 다녔던 걸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족, 친구들과 관광차원에서 다녀온 여행도 물론 있었지만. 나는 저자와는
다르게 뭔가 비워내야하는 시점이 되면 집 밖으로 나갔었다.
다른 여행자들과 혹은 현지인들과 교류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한번 비워내고 다시 채워지면 떠나는....
여행에는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어떤 형태이든간에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저자의 말처럼 여행을 단순히 먹고, 보고,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에 불평하는 '관광'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여행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