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정조 지음, 신창호 옮김 / 판미동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에 관한 계책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적게 하는 시험, 책문(策問)을 출어놓은 책이다.

 

지도자는 무엇이며, 백성을 향한 어떤 애민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만큼 고심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국가 최고지도자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정조는 정치,사회, 문화, 수학, 과학, 복지, 인사, 지리, 운송, 예술에 이르기까지 놓치는 것이

없었다.


신뢰와 소통, 공정성과 균형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왕,

정치가 늘 봄날같아 백성에게 좋은 날만 있기를 바랬던 왕,

사회 전반에 조화를 중시했던 왕.

사치를 멀리하고 차별을 경계했던 왕.

끊임없는 독서와 함께 신하들을 독려했던 왕.

어디서 이러한 최고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1. 올바른 정치를 향한 소망

p27

어째서 민심은 나날이 갈라지고 시론은 더욱 괴리되고 있는가? 동서남북으로 제각기 학파를 서우고 이쪽과 저쪽, 자신의 편과 남의 편으로 갈라 사사로이 비교하고 있는가? 이렇게 논의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시시비비를 가릴 만한 공평함을 잃었다. 그들이 실천하는 일을 어찌 정정당당한 도리에 근거하여 증명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작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리라. 이런 상황에서 세상의 중심에 서서 백성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뒷걸음질 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p31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믿지 않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믿지 않는데, 이것은 서로 이끌어주지 못해 그러한가? 아니면 세상에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떨어져서 그러한가? 위로는 최고지도자인 군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믿음이 마음 한가운데서 우러나와 서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인심은 날로 두텁게 되고 정치가 바르게 되어 빛나는 문명사회를 만들 수 있겠는가? 여러 학자 관료들은 혼신의 힘을 닿여 제가기 대책을 고민하여 저술해 주시라.

p48

그간 당파끼리 일삼던 분쟁으로 묵은 폐단은 점점 나타나고 있다. 그들을 면전에 불러 명령하고 귀에 대고 당부했지만, 내 말을 듣고도 꿈쩍 하지 않고 나를 멀리 한다. 틈만 나면 남을 속이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을 도모하느라 국가를 위해 일할 겨를이 없다, 농단으로 이익을 꾀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도 남이 그렇게 했다고 팽계를 댄다. 상황이 이러하니 누가 국가를 위한 헌신을 본받으며, 누가 기꺼이 나라의 일을 맡겠는가! (...) 아! 붕당이 혁파되어야 국가의 명백이 손상되지 않으리라. 황국이 건립되면 왕도가 창성하리라. 나의 부족함은 그대들이 보고 들은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나를 지도할 것인가? 붕당을 해소할 방법을 제시해 보라. 그리고 조심스럽다고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분명하게 나를 꺠우쳐 보라.

p58

누가 이 혼미한 시대의 나침밤이 외겠는가? 누가 담을 등지고 나아가기를 청하겠는가? 마음을 펼치기 전에 자신을 함양하여 바르게 하는 방법을 굳게 지킬 수 있겠는가? 밤낮으로 조심하고, 드러냄과 은미함을 한결같이 하여 마음을 태연하게 가질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자신을 완성하는 동시에 다른 모든 사물도 완성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경'에 관한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p65

어떻게 하면, 사람의 다섯가지 성품 가운데 지혜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나라의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쳐, 옳고 그름의 분별을 물에 비추어 보듯 공평하게 하고, 사물과 이치에 통달함을 하늘과 땅처럼 높고 넓게 하여, 잔꾀나 꼼수를 영원히 축출하고 함께 올바른 길로 갈 수있겠는가? 그대들은 반드시 지혜에 관한 뛰어난 생각이 있을 것이니 각자 저술하라.

 

정조는 단합된 정치를 소망했다. 지혜와 현명함을 모아 백성들을 보살피기를 희망했다. 붕당으로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서민들은

살기 힘들었으며, 권력에 기대어 아부하는 자들이 넘쳤다. 이를 알고 있던 왕은 끊임없이 그들을 설득하고 고민했다.

비록 정조 사후 정치는 퇴보했지만, 그를 부족한 리더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2. 지도자의 열정과 그에 걸맞은 인재등용

p101

강직한 인재를 구하고 싶은데, 누가 새벽의 기운을 받아 안은 봉황인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대책을 의뢰하고 싶은데, 누가 산속에 있는호랑이인가? 하루 빨리 나라의 기강을 세워야 하는데, 나를 도와 정치를 쇄신하고 개혁할 사람은 누구인가? 공정한 법집행을 신중히 해야 하는데, 누가 나를 정치적으로 도와줄 수 있겠는가? (...) 어떻게 하면 사람을 보고 인격을 판별하는 정밀한 기술이 있어, 선대의 왕들이 사람을 알고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을 오늘날 다시 재현할 수 있겠는가?

p119

어찌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을 문벌에 제한할 수 있겠는가?

p120

이 좁은 땅에서 또 서얼을 제거한다면 온 나라 인재의 절반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나머지 가운데 또 향곡을 제거한다면 인재 중 4분의 1만 남는다. 여기에서 또 권문세가나 문벌이 이편저편으로 나눈다면 한 인재를 모조리 등용할 수 없고, 등용하는 인재도 반드시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 재능을 지녔는데도 문벌과 지역에 가로막히고, 시대에 차별을 받는 저들이 모두 곤구하게 늙어 간다면, 이 또한 천지의 재앙과 마찬가지다.

p135

내가 백성을 사랑하려는 정책에 힘쓰고 싶으나, 모두들 다른 사람의 닭을 훔쳐 먹으며서 아직은 기다리라는 식이다. (...) 지금 내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을 떄, 한번 최고의 정치에 부흥하고 싶다. 그 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p150

세상을 격려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는 데는 언론보다 좋은 것이 없다. 언론은 의사소통의 마당이다. 하지만 끼리끼리 패거리를 지으며 당파를 맺고 싸우는 것은 당파마다 결의한 자신들의 견해에 가려졌기 때문이고, 구차스럽게 이런 저런 핑계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온갖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가타부타 하지 않는 것을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하고, 사람을 따라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을 "일을 안다."고 한다. 그런데 모두들 묵묵히 있는데 혼자 말을 하면 "일을 만든다."고 하고, 모두들 옳다고 하는데 혼자 그르다고 하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계급 사회에 의한 서얼들의 차별, 붕당 정치 등 정조는 고른 인재 등용에 애를 먹었을 것이다. 정조 시대에 서얼들이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으나

그것도 한시적일 뿐, 정조의 욕구에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얼마나 현명하고 어진 이들을 찾고 싶었겠는가. 왕보다 권문세가의 권력이

강했던 세상에서 정조는 일할 사람조차 얻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3. 문예부흥으로 빛나는 문명국가 건설

p194

학자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할 방안은 없는가? 모두가 학문에 마음을 쏟아 성실히 임학고, 그렇된 학설을 물리치고 올바른 학설을 옹호하며, 집안에 있을 때눈 덕망을 성숙시키고, 세상에 나오면 군주를 높이고 백성을 보호하며 세상을 구제할 수 있도록 격려할 방안은 없는가?


 

4. 정치 치침서를 통한 리더십 함양

p310

나는 세상의 도리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민망히 여긴다.사람의 마음이 거칠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 그런 논의가 일시적으로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데 그친다면, 한낱 형식적인 도구일 뿐이니 좋은 정책을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 진정으로 내가 이말을 하게 된 뜻을 알아 평소 정책으로 펼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을 읽고 나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비판을 모면할 수  있었으면 고맙겠다. 맹자가 말한 것처럼 편안한 집에 거처하고 올바른 길을 행하는 계기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조는 진정한 최고지도자가 되기를 열망했다. 현명하고 올바른 신하들이 자신을 잘 보필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고른 인재등용을 열망했고,

붕당을 혁파하고, 개혁을 하고자 했다. 정조가 열망했던 바들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고뇌하는 리더에게 우리는 비난을 쏟을 수 없다.


 

5.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노력

p333

국가가 백성을 구휼하는 정책을 주진이라 한다. 주진은 특히,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재해로 굶주리는 백성이나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등 사회적 약자를 구휼하는 일이다. 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p406.

차라리 국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조운선의 계책을 무작정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운의 일로 백성이나 나라에서 곤란을 겪고 있으니,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국가에서 차마 좌시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어찌 백성을 구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자 관료들이여! 그대들은 옛날과 지금의 여러 제도에 달통하고 있지 않은가! 조운 제도의 근원을 탐구하여 국가나 백성 모두가 편리하고 해묵은 폐단을 제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시라.

p414

잘못된 정치가 있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백성에게 이로운 일이 되게 하려면 어떤 부분을 일으켜야 하는가? 백성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가운데  반드시 따라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백성이 곤경에 처한 가운데 반드시 풀어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여러 학자 관리들에게 책문을 내어 자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먼 바다의 어란이나 해사의 실정을, 뜰에도 나가지 않고 손바닥을 가리키듯 알아볼 수 있겠는가?

p435

재화가 땅에 버려지지 않게 하되 관청의 창고는 채워지지 않게 하고, 재능은 실질보다 현란하지 않게 하되 인재가 재야에 버려지지 않게 해야 한다. 백성들에게 교육을 알게 하고, 금수에 가깝지 않게 하여 풍속을 돈후하게 해야 한다. 법규는 엄중하게 해서 백성들에게 넘지 못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죄를 범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기 전이였던 정조 시대. 새로운 문물이 끊임없이 들어오면서 경제 활동도 변화가 생긴다. 이 변화를 빠르게 읽고, 기본인 농업을 지켜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왕. 그의 고민이 보였다.


 

정조가 하고자 했던 바와 더불어 도가 사상 유행, 금난전권의 폐지, 북학파 등 직접적으로

언급된 바는 없지만, 정조가 그것에 관련 된 배경들을 유추하며 읽을 수 있었다.


독서는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자신과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봐야 하는게 삶이다.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정조는 일분일초를 아낌없이 삶을 영위한 사람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