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조금 난감했다.

          수집이라니... 수집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첫 책장을 넘길때부터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래서 안되겠다싶어 읽는 관점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표지 뒤쪽에 나오는 문장들....

'나는 왜 모으는가.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미련 없이 내버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가.

 무언가를 모으고, 쌓아두고, 기억하려는 충동에 대해 사유하다.'

 

수집을 하는 행위를 넘어 저자가 수집을 하게 된 동기, 수집에 집착하는 원인 등에

관심을 두고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작가의 수집이 독특한 이유는 수집가로서 관심을 갖기에는 평범 이하의 물건들만

주로 수집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남들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물건에만.

돈을 주고 사지도 않는다. 뒤지거나 줍거나. 왜일까?

이 책은 수집에 대한 얘기가 아닌 수집을 통해 드러난 저자의 심리에 대한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가정환경은 아주 일반적인 선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장애가 있는 누나, 누나에게 맞춰져 있는 가족들의 관심,

그로인해 자신에게 쏠린 부모의 기대. 그에 따라 알아서 커줘야 하는 다른 형제들.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조금씩 지쳐가는 부모님을 지켜보는 아들들.

 

p123

아직 십대였던 나는 젊은 햄릿의 역할을 수행했고, 아버지 또는 아벚의 다양한 형상들과

겨루고 버둥거리면서 정체성을 수립하려 몸무림치고 있었다. (...) 나는 긴장하고 얽매인

사람이 되었다. (...) 살면서 행동 불안도 겪었는데, 그 불안장애가 예술에서는 마술처럼

사라졌다. 처음에는 연극 무대에서, 나중에는 글, 음악, 섹스, 수집에서 물안감이 사라졌다.

나는 그런 것들에서 유창해졌다. 거기서 내 똥을 이해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수집가들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응답하는 보상적 대상물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나눈 알고 있다, 지금껏 인간이라는 대상이 불안정한 존재라고 증명되었다면 물질적,

대상물이 그것을 대신할 수도 있을 터. 수집가들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사랑의 껍질 안에서

메아리치게 하고, 그 껍질은 배아적 자아를 에워싼다. (...)

수집은, 그리고 특히 수집의 능동적 구성요소로서 반복되는 소유의 행위는 적대적인 세상에서

보상의 형식으로, 또 생존의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 구절만으로 수집이 저자에게 청소년 시절부터 어떤 의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p134~135를 읽어보면 수집은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자신만의 물건들에게서

의미를 찾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또한 p168을 읽다보면 유년시절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것 또한 수집의 형태로 나타난게 아닐까...

저자에게 수집은 '따뜻한 포옹'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게 아닐까...

저자는 스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자신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다.

중년이 지난 저자에게 수집은 과연 애정결핍과 애착에 대한 표출이기만 할까?

 

p200 이후부터는 수집은 작가에게 개인의 역사다.

생활 속의 소소한 것들을 수집함으로써 자신의 기호와 선호도를 기록의 형태로 남긴다.

이는 한 개인의 역사라고 할만하다.

그는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수집하지 않는다.

 

p256

내가 능동적으로 돈을 써서 물건을 수집한다면, 나는 전톡적 의미의 수집가일 것이므로

근심거리를 떠안게 될텐데, 나는 그런 수집가가 되고 싶지 않다. (중략)

나는 수집 취미가 혹여 내 인간관계를 방해했을 가능성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수집이 내 인간간계들을 향상 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집은 내가 항상 하고 있는 일로, 내 취향을 따른다거나 나 스스로를 조향해 사회적

관습이라는 덤불숲을 통과한다거나 둥지를 구하고 유지한다거나 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p265

내 스크랩북들은 20세기 후반을 관통하는 동안 나와 결부되었던 모든 것을 답고 있다.

내가 지나온 항적은 의심할 바 없이 당신의 항적과 여러 번 교차할 것이다.

 

수집은 저자 자신의 역사이며 '버려졌다가 선택되어 다시 간수되는 것들'에 자신을

투사시킨건 아닌지 묻고 싶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 하면서 자신의 성장에 대해 쓰고 있다.

 

내가 자 자신을 좋아하는 쪽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 책은 어떤 의미 있는 것, 어떤 의미 있는 사람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외롭고 불안했던 자신을 오닐 속으로, 연극 속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백색 소음 속음로 숨어들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말한다.

 

p358

내 삶의 이야기, 또는 이야기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수집가다. 경험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들은 기억 속에서 더미를 이룬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은 이 점을 본명히 해준다.

 

이제 작가는 수집이 집착이 아닌 역사의 기록으로 사용할 것이다.

우리도 내 삶의 어느 한 부분들을 기록으로 남겨야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