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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이승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아르고스는 물류센터 AI 관제 시스템의 이름이다. 물류센터의 모든 것을 아르고스가 통제한다.
강남에서 저속노화 클리닉을 운영하던 정재일은 빚을 져 도망치고 김해의 한 물류센터까지 쫓기듯 밀려난다. 로봇 팔이 처리하지 못하는 비규정 박스를 처리하는 D구역 노동자들은 눈밑이 시커매지면서도 하품 한 번 하지 않고 꼬박 밤을 세운다. 정재일에게는 석 달 안에 갚아야할 빚 3억이 있다. '피로를 모르는 혈청'. 어쩌면 그들의 혈액 속에는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재일은 일회용 주사기를 손에 쥐고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린다.

한쪽에서는 고분군 문화재를 지켜야한고 주장하는 활동가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주민들이 보존 구역 확대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도로 건너에는 혁신적인 스마트 물류 센터 완공을 목표로 테크노벨리 확장 공사 현장이 있다. 또다른 한쪽에는 현재 물류센터의 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는 비닐하우스촌이 있다. 시위대와 공사 현장 사이에는 버티고 서 있는 경찰 기동대 버스, 윙윙거리며 하늘을 쉴새없이 날아디는 드론, 사정없이 땅을 파헤치고 있는 굴삭기. 1500년 동안 잠들어 있는 고분군 안의 가야인과 몇 날 며칠 동안 잠들지 못해 시간이 흐를수록 좀비에 가까워져가는 노동자들이 공존한다. 이 얼마나 기괴한 모습인가.
돈만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 있는 좀비가 될 의향이 있는 사회적 약자들. 타인이 죽든 살든 돈벌이만 될 수 있다면 인간성이나 윤리 쯤이야 가뿐하게 넘겨버릴 수 있는 탐욕.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할 것은 아르고스가 아니라 여전히 돈만능주의적인 세태와 상실해버린 인류애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인간을 지키지 않는 세상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설에서 수아의 '꿈'과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아의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문득 문학이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은 대체로 허구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적어도 나는) 문학에서 얼마나 많은 위로와 힘을 얻는가. '꿈'이나 따듯한 온기가 담기 '말(소리)'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겠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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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산하다. 개인적으로 어설픈 공포영화보다 더 긴장하면서 읽었다. 특히 문장의 간결함과 사이사이 단문들이 소설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이 작품은 인간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노동 현장에 대한 고발이자 점점 더 상실되어가는 인간성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낭만소설이기도 하다.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