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
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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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정원 생활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직업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9년차 아마추어 정원사다. 씨앗을 뿌리고 결실을 맺고 다시 내년을 준비하는 정원사의 사계절 일지이자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대한 책이다보니 어떤 식물을 심고, 가꾸고, 보살피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일상의 철학이 배여 있어서 좋았다. 사대가 한집에 살았던 그때로 돌아가라면 도리질을 치겠지만, 조부모와 손주까지 이어지는 화목한 가정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흐뭇하다.  


특히 의식주와 무관한 일에서, 돈이 되는 일이 아닌 노동에 기쁨을 느낀다는 글에 무척 공감했다. 올해 읽었던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주인공 그래버는 연인 엘리자베스와 이별 하기 전, 가진 돈을 전부 쥐어주며 어젯밤에 샀던 모자처럼 쓸모 없고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것을 사라고 당부한다. 가끔은, 팍팍한 세상에서 무용한 존재가 되는 것도, 무용한 일에 집중하는 것도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기다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세상에서 '빨리빨리'라는 단어가 제일 싫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때는 소리내서 웃었는데 이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꽤 자주 쓰는 단어다. '빨리빨리'. 대다수 사람들이 기다리는 데에 익숙치 않다('빛의 속도'를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더욱!). 무용의 가치만큼이나 기다림 또한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야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뒷표지에는 「나보다 오래 살 것을 심는다」라고 쓰여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싶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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