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썸머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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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후 책을 덮고 처음 든 생각은, 만약 루시어스 하니가 채리티를 크레스턴 연못으로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였다. 


기억도 안 날만큼 어린 나이에 낯선 집으로 보내져, 입양도 아닌 후원인의 집에서 성장한다. 그녀의 나이 열여덟 살에 아버지뻘의 후원인이 청혼을 했으나 야무지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얼마 후 처음으로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고 (마지못해)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는 실상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사랑했지만 뜻하지 않게 임신을 했고, 오갈 곳 없는 몸을 의탁하기 위해 거의 평생 만난 적 없는 친모를 찾아갔으나 마치 운명처럼 하필 그날 비참한 모습으로 임종했다. 그리고 자기가 태어난, 그 참혹한 곳에서조차 환대받지 못했다. 고작 열여덟 살 여자의 삶이 이토록 외롭고 쓸쓸할 수가 있을까. 더욱 가픔이 아픈 건, 비혼 여성이 혼자 아이를 키우기가 (여러 측면에서)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은 지금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소설 전반에 걸쳐 채리티의 외로움과 고립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자아와 자존심이 강한 채리티로서는 매순간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채리티가 루시어스 하니를 끝까지 배려했던 이유는 자기에게 숨겨진 욕망을 각성하게 해주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채리티는 루시어스 하니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다른 세계'를 더 열망했던 건 아닐까. 다른 세계를 남자(사랑)를 통해야만 닿을 수 있는 관습과 차별 인식, 여성이 경제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채리티를 그저 허황에 들뜬 어리석은 젊은 아가씨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파란 브로치. 하니가 채리티에게 선물한 파란 브로치는 그녀가 가진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 하니로부터 브로치로 선물 받았을 때 그것은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상징같은 존재였으나 진료상담비 2달러가 없어서 담보로 잡혀 그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채리티의 미래에 대한 복선으로 읽힌다. 또한 채리티가 마음을 바꿔 태어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앞으로 그녀가 살아가야할 고된 인생길처럼 느껴졌다.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소설에서 채리티의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 되찾은 파란 브로치일 것이다. 아이와 친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물건이라는 위안, 그리고 이 작은 물건으로 매번 각성하며 어머니로서 삶의 의지를 다져나갈 채리티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뜨거웠던 여름. 폭풍 같았던 사랑은 지독한 흔적을 남겼다.
맨 처음 던졌던 물음, 루시어스 하니가 그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고 한 줌의 미련까지 거둬서 돌아갔다면, 채리티의 앞날은 달라졌을까? 적어도 원치 않는 결혼은 하지 않았겠지. 


인생을 누가 알겠는가.
뜻밖에도(?) 알콩달콩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사과받지 못한 채 지우지 못한 굴욕감과 수치심은 종종 그녀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소설은 한 여자의 사랑에 대해 쓰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크게 두드러진다. 그래서 워튼의 소설 중 가장 시의성 있는 소설이 아닐까싶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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