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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출장 이틀 째. 아침에 호텔에서 눈을 뜨니 어제, 11월 18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타라. 호텔 로비에서 어제 날짜의 신문을 오늘 날짜라고 말하는 직원, 식당에서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 자신이 반복의 순환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이 반복이 수백 번 거듭될 거라는 것을. 타라는 11월 18일에 갇혀버렸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단한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체만으로도 이 소설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섬세하고 세밀하지만 간결한 문장은 감정을 크게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타라가 가진 여러 감정선을 충분히 이입하게 만든다.
1권을 읽는 내내 내가 가졌던 정서는 상실감과 슬픔이었다.
나는 이 소설이 왜 이렇게까지 슬픈 걸까. 토마스의 망각이 오히려 타라를 안전하게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두는 것, 행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기차를 타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것,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먼 곳까지 나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는 것, 자기 집의 주인이 아닌 손님이 된다는 것, 혼자여야만 안전해지는 것,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부정당하는 것, 더 이상 진정한 '집'이라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이 일들 중 무엇이 가장 슬픈 일일까. 여러 이유를 댈 수 있을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글 전체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짙은 고독이, 외로움이, 슬픔이 느껴진다. 어쩌면 타라가 정말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토마스와의 연대와 친밀감이 사라지고 그와 경계가 생기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전혀 예측할 없는 미래 때문이 아닐까.
타라는 이제 시간 속에 갇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희망을 갖고 간절히 바라던 그날이 왔다. 타라는 11월 19일을 맞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지금까지 타임 루프를 다뤘던 여타 작품들과는 설정상 다른 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이 결말로 가는 데에 있어서 실마리가 아닐까싶지만, 아직까지만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1권에서는 매력적인 문체와, 고독과 슬픔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면, 2권에서는 좀더 이야기에 힘이 붙을 듯하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