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소설 목록에 있는 『비올레뜨, 묘지지기』의 작가 발레리 페랭의 신작이다. 전작 못지않다. 


소설은 사랑과 연민, 그리움, 그리고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19호실 입소자인 아흔여섯 살 엘렌 엘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1인칭 화자 스물한 살 쥐스틴의 부모의 죽음에 대한 비밀, 그리고 익명의 거짓 제보자의 미스터리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소설 속에서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일요일에 면회객이 없는 요양원 입소 노인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익명의 전화가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사망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 부랴부랴 가족들이 찾아오고, 거짓이라는 사실에 한바탕 소동이 일곤한다. 쥐스틴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제는 뒷방 늙은이가 되어 존재조차 부정당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다음으로 미루면 그 이야기는 영원히 침묵 속에 갇혀버린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소설에는 엘렌에게만 존재하는 '갈매기'가 있다. 처음 죽기로 결심한 아홉 살 소녀에게 살아야할 이유가 되어준 상처 입은 새, 갈매기. 그 갈매기는 마지막까지 뤼시앵과 엘렌의 머리 위에 머문다. 엘렌은 뤼시앵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 아닌 감사라고 말하지만, 사랑이다. 감사한 마음만으로는 누군가를 그토록 그리워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살아있다고 믿기에 자신도 살겠다는 다짐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연신 두근거리며 읽은 소설이다. 엘렌과 뤼시앵의 서사에서는 눈물을 훔치기 바빴고, 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했던 '그'와,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저지른 짓이 처절한 결과와 더 큰 상처와 죄책감으로 돌아와버린 다른 '그'가 안타까웠으며, 또다른 '그'의 비겁하고 파렴치한 짓에 화를 냈다가 종단에는 그의 비겁함까지 불쌍하게 여겨졌다.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을텐데, 그럼에도 사랑과 연민을 놓지 않는 쥐스틴이 마냥 애잔했다. 만약 옆에 있다면 깊게, 오래도록 안아주고 싶을만큼.  


그야말로 소설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한 작품이다.
삶을 써내려가는 것. 아무렴, 바로 이런 것이 소설이지. 




※ 가제본 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