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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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가정에서 도망친 열일곱 살 소녀 루이사.
죽음을 앞두고 소녀에게 거액의 작품을 남긴 서른아홉 살의 중년 화가 C. 야트. 


두 사람은 마치 평행이동처럼 비슷한 삶의 궤적을 보인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 불우한 환경,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까지. 루이사와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 피스케은 위탁시설에서 성장했다. 훗날 C. 야트로 불리는 화가와 요아르는 가난했고, 요아르는 아버지의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다. 루이사의 유일한 숨구멍은 피스케였고, 요아르는 화가에게 다른 삶의 길을 열어주었다. 



서로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네 아이가 있다. 그들은 각기 다른 가정 폭력에 노출된 채 성장했다.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행, 정상성을 강요하는 학대, 단절과 고립과 무관심, 성추행. 그들 모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서로의 존재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C. 야트의 그림을 칭찬해준 첫 어른 크리스티안, 화가 본인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꿈을 대신 꾸고 동력이 되어준 요아르와 친구들,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켜준 테드, 그리고 삶의 마지막 방점이자 의미가 되어준 루이사. 그들의 서사는 이렇게 단순한 몇 줄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긴 이야기다. 소설은, 물리적으로는 불과 며칠, 그리고 과거 2년여를 다룰뿐이지만, 그들에게는 헤어릴 수 없는 많은 사건과 감정들이 교차해 수십 년을 다룬 소설보다 훨씬 더 깊이 인물들에게 가닿는다.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죽어가는 새를 살리는 부분이었다. 피범벅이 되어 찾아온 요아르가 테드에게 맡긴 상자 안에는 네 아이들이 발견한 죽어가는 새가 들어 있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난동을 부리는 와중에도 새를 살리겠다고 친구에게 맡겼고, 그들은 작은 생명을 구했다. 요아르는 새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써 아버지에게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살려놓은 새가 날아갈 때 느끼는 그들의 황홀감. 아마도 사랑과 연민이야말로 폭력을 이기는 방법임을, 말고하자 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들도 그렇게 서로를 살리고자 했다.  


두 사람에서 시작된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할수록 인물이 한 명씩 한 명씩 늘어나면서 긴밀하게 이어지는데, 어느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내내 독자의 마음을 졸였던 인물, 화가의 예명이 가진 의미, 그림 「바다의 초상」에 숨겨진 비밀, 밝혀지는 화가의 본명, 그리고 예상을 뒤집는 반전들. 


화가의 유산은 그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각자 나누었던 깊은 우정을 공감하고 위무하는 테드와 루이사, 죽은 친구의 뜻을 이어주는 살아남은 자들. 선의가 선의를, 사랑이 사랑을, 사람이 사람을 구원해주는 이야기. 그리고 소리없이 이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는 서술자까지. 소설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다. 이런 진부한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여운이 길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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