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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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피에르 르메트르의, 그동안 출간되지 않았던 첫 번째 소설이란다. 갈래는 블랙 코미디를 곁들인 누아르. 머리말에서, 출판을 결정하면서 결점들을 발견해 어느 정도 수정해야 했으나 표현적 구절 몇 문장을 제외하고 처음 집필 그대로의 상태로 출판했다고하니 독자는 작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 그야말로 그의 첫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긴 셈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며 제 분노에 지나치게 충실한 마틸드는 독자로서 연민 한 조각 생기지 않는 60대 여성 킬러다. 그녀에게는 굳이 살인청부업자를 해야할 만한 사정도, 동정을 유발할 만한 서사도 없다.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자신과 비슷한 사회적 계급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사별 후 노년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자식도, 반려견도, 과거에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도 안중에 없다. 남의 인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상을 죽인다는 것, 그녀에게는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틸드에게 있어서 이 직업은 지루한 일상에 자극을 얻어가는 창구일 뿐이다. 이토록 잔인하고 인간미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살인 기계 같은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이 있었나?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없다. "설마..."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소설은 독자의 작은 희망조차 완전히 저버린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라면 바로 '마틸드' 같은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생각지도 못한 때에 등장한다(이 장치와 설정도 인상적이다). 


죽임을 당한 어떤 이들도, 그들에게 방아쇠를 당긴 마틸드도 '뱀'이다. 돈, 욕망, 욕정, 자극에 눈이 멀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고 독기를 뿜어내며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부숴버리는 자들, 그들 모두 '뱀'이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로 인해 고통받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안중은, 그들에게는 없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정서적 학대, 보호자를 잃은 아이와 노인, 무참히 밟혀버린 사랑, 방향이 잘못된 복수. 쓰다보니 누구라도 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독을 하고 리뷰를 써야 하는데, 쓰는 족족 스포일러가 될 것만 같아서 난감하다. 그럼에도, 이 점만은 쓴다. 후반부 두 인물의 숨막히는 대결은 놓칠 수 없는 절정이다. 읽을 예정이라면 천천히 그 긴장감을 음미하며 읽으시기를.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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