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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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첫 장에서 바다와 그 주변 여러 민족 및 국가의 역사, 문화, 정치에서 바다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임을 밝힌다. 해양사를 넘어 흑해를 관통하는 문명사를 다룬 이 책은 흑해의 기원과 용어 정의를 시작으로 지리와 생태, 고고학, 정치, 종교, 경제, 문화, 인구 이동, 전쟁, 산업과 인프라 등 다방면으로 흑해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를 지나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간과 반복되는 흥망성쇠의 순간을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그가 짚은 대로 흑해는 지중해나 태평양처럼 어떤 이미지나 연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지중해라고 하면 곧바로 올리브나 지중해 요리, 휴양지를 떠올리는 것과는 달리), 그래서 인접한 지역 밖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수역이다. 따라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흑해 인접 지역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고대부터 18세기 무렵까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무래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지점은 근현대 이후다. 19세기에 흑해는 오스만제국의 약화와 제국이 어떻게 분할될 것인가에 대한 유럽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복잡한 경쟁 구도 속에 자리했고, 두 차례 세계대전이 치러지는 동안 유럽 보호령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었다. 이후 냉전시대에는 서방의 전위대 역할을 했으며 공산주의가 종식된 시점부터는 불안정한 정치적 전환을 겪는 지역이자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의 지역이 됐고, 유럽 통합의 기획에서 공백 지대가 됐다.  


저자는 이 책이 약한 국가들의 붕괴로 인한 지역 질서 혼란, 국내 분쟁이 국제 갈등으로 번지는 현실 등 흑해 주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 정치를 하나로 엮어내고 유럽 동남쪽 변경 지역에 대한 오래된 지적 지도를 되살리려는 시도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민족적 정체성 및 동질성, 바다를 통한 해체와 연결을 유럽과 유러시아를 아우르며 흑해와 인접한 국가들의 정치와 경제와 전략적 환경 변화에 따른 형성과 소멸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이 책이 상당히 공을 들여 면밀하게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독자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용어부터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고, 여러 분야를 아울러 서술하고 있음에도 지칭하는 대상이나 단어를 적확하고 세분화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읽는 내내 전해졌다. 고대부터 서유럽 중심의 서사가 주를 이룬 문헌들을 익숙하게 읽어왔다면 동쪽의 민족과 국가(몽골-타타르, 크림-타타르, 오스만 등)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을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 유의미했다.  



저자가 흑해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데에 있어서 강조하는 부분은 구분이 아닌 연결과 연속성이다. 역사상 여러 시점에서 흑해 주변 땅들은 변경 혹은 변방으로 불렸다. 제국이나 국가 사이의 위치로 규정되는 독특한 공동체들의 거점이자, 외부인의 문화적.정치적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대조점 역할을 해왔던 흑해가 종교 공동체, 언어 집단, 제국, 민족과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 온 것임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는 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흑해와 흑해 연안 국가 및 이웃 지역의 현주소와 당면한 문제점들을 짚으면서 그들뿐 아니라 외부인들 역시 바다가 가진 다양성을 포용하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바람이 더 크게 와닿는 까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읽고나니 새삼, 러시아가 왜 그토록 우크라이나를 탐내고 있는지, 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도 알겠더라. 의도치 않았으나 책을 읽고나니 당면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에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재확인한 셈이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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