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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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단편집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때는 아마도 고등학생 시절이었으리라. 사실 그 이후로 모파상의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지 않았는데,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2,3년 전쯤부터 몇몇 출판사에서 모파상의 단편집을 출간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꼭 다시 읽어야지, 마음 먹었었는데 기회가 닿았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목걸이」 「달빛」을 포함해 열네 편이 수록되어 있다. 주요 테마는 사랑.   


돈 앞에서 사랑은 부서지기 쉬운 모래성 같고, 화려한 상류사회에 대한 분에 넘치는 동경은 비극을 불러온다. 집착이 가진 어리석음, 사랑에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랑 역시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하며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을 요구한다.  


봄이 뿜어내는 향기로움에 취해 함부로 사랑을 속단하지 마시라, 때로는 봄의 속임수일 수도 있으니.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걸까, 아니면 그저 연민과 공감과 사랑이 그리웠던 걸까. 전투적인 일상 속에 간간이 찾아오는 축제같은 하루. 뜨거운 태양 만큼 강렬했으나 여름밤의 꿈처럼 끝나버린 격정의 시간이여.  


돈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가족애.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강요되는 관습과 몰이해. 우리 모두  병病, 배신, 돈, 원한, 사건사고, 죽음 등 막연한 미래의 걱정으로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기를.



이번에 모파상 단편들을 읽으면서 내가 왜 그동안 그의 작품을 다시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모파상을 읽었던 그때의 나는 그가 쓴 사랑과 삶의 깊이, 그리고 문장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경험도 없었다. 아마도 크게 공감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 박힌 당시의 기억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지싶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들의 사랑 안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엿본다. 아내의 실수로 잃어버린 목걸이를 사기 위해 엄청난 빚을 지고도 묵묵히 아내의 짐을 나누는 남편이 있는가하면, 돈 앞에서는 형제도 부모도 나몰라라 하는 이들도 있다. 거금의 유산 앞에서 아내의 외도쯤은 눈감아 버리는 남자가 있는가하면,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자는 상실감으로 인해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다. 떳떳하게 살아가는 인생에 직업의 귀천은 없다. 너도나도 찰라의 행복에 기대어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이 짧은 소설들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파상의 글은 참 귀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는다.



요 몇 년 사이에 출간한 모파상 단편집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일단 번역이 부드러워 매끄럽게 읽혀서 좋았고, 행간이 넉넉해서 눈의 피로도가 적은 것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단단해서 만족. 온라인 서점으로 검색해보면 '선물하는 문학'이라고 안내를 하고 있는데, 쓰인대로 선물하기에 예쁜 책이다.  




※ 도서지원

누가 알겠는가? 삶이란 얼마나 기이하고 변덕스러운가! 얼마나 사소한 일로 사람을 망치고 구원하는가!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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