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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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묵직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읽었다. 
일단, 책을 펼치면 내려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옳았다. 이번 주에 하루 100여쪽씩 일주일 간 읽을 예정이었는데, 700여쪽에 가까운 책을 이틀만에 달렸다. 그야말로 반박불가 페이지터너!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을 달리해, 짧게는 두 달, 길게는 20년을 오가며 서술한다. 특히 중요한 대목에서 인물 시점 혹은 시간적 배경을 전환하는데, 독자는 궁금해서라도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다. 반라 보호구역 안, 외부와 분리된 숲 한가운데에 자리한 캠프장, 그리고 캠프장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군림하는 성을 연상시키는 100년 된 독립독행. 이러한 서술 방식과 공간적 배경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가장이 절대적 존재인 반라 집안, 부모에게도 남편에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앨리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에 억눌렸던 베어, 오빠를 대신하는 자격조차 얻지 못한 채 정서적 학대를 견뎌야하는 바버라, 마지막 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칼,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꿨던 루이즈, 구차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존 폴, 연쇄 살인마 제이컵 슬루터, 그리고 속을 알 수 없은 T.J. 휴잇. 14년 간격으로 일어난 남매의 실종에 연루된 사람들.  


독자는 소설이 중반부를 지나도록 범인을 예측하기 어렵다(잘난 체는 아니고 대체로 중반부를 넘어서면 온갖 트릭에도 범인이 보인다). 몇몇 용의자를 꼽아볼 수 있으나 그들에게 증거는 있지만 대체로 동기가 부족하다(결정적 증거와 자백이 없기도 하고). 반대로 반라 집안에 적대감을 가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아서 동기에 무게를 둔다면 용의자의 범위는 넓어진다. 



사건의 결말을 놓고 보자면 원인은 크지 않다. 너무나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함에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혹은 하찮게 치부되어 벌어진 사건이다. 현실에서도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고, 이입해 읽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군림하는 자와 복종하는 자, 그들만의 카르텔 등 오히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욕심이 비극적인 사건을 더 비극적으로 몰아갔다.   


십수 년이 지나서야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존 폴만큼이나 파렴치하고 냉혹한 그 남자는 속죄를 할까. 그리고 제 삶을 찾아가기 위해 용기를 낸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탄탄한 서사와 구성,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덕분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긴 연휴, 추천한다.
(긴 연휴라고해도 일단 펼치면 금새 읽겠지만...)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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