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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아홉 편의 소설이 실린 소설집은 시의성 면에서 이보다 더 탁월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현 세태를 풍자적으로,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소하지만 적지 않은 장치와 상황 들, 그리고 묘한 딜레마는 독자를 공감과 이입 속으로 충분히 끌어 당기고 있다.

보이는 것으로 전체를 재단하는 세상, 본인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세상, 예의까지는 바랄 것도 없이 최소한의 에티켓조차 지키지 않는 익명의 세상. 타인과의 안전거리,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 부담, 일탈이나 돌발 상황에 대한 두려움. 이러한 것들의 강박과 불안, 우울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갖는 열패감. 더 나아가 극단의 경쟁 사회에서 연속된 실패의 책임을 늘 자신에게 돌리고 마는 가슴 아픈 현실들.
호기심과 질문이 사라진 교실, '친한' 사이가 되어야만 하는 이들, 대중 예술과 정치, 선한 영향력, '잘' 산다는 것의 기준, 일방적 주장과 경청 없는 논쟁보다 우선되어야 할 대화, 한 방향의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 쌍방향의 '통通'.
작가는 이처럼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현실에 직면한 고충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독자가 생각해야할 바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근래에 읽은 단편들 중에 단연 발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