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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꽤 오래, 복간을 기다려왔던 에세이집이다.
언어와 사물, 사람의 정체성과 근원에 대한 상상력의 깊이와 범위가 남다른 작가. 우리가 미처 생각치 못한 언어적 상상력. 거기에 더해진 경험은 (문학과 번역, 읽기와 쓰기를 포함한) 언어뿐 아니라 문자, 몸의 감각, 역사, 신화, 철학, 생물, 민속, 예술, 지리를 넘나들며 아우른다.
3부에 해당하는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을 읽노라면 독자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들로 이어진다. 특히 『Hiruko 3부작』은 작가가 아주 오래 전부터 사유해왔던 많은 것들을 담아낸 소설이었음을, 이 에세이를 통해 짐작케한다.

여행 일기를 여행 중에 쓰지 않고, 여행이 끝난 후 지어낸 이야기라고 고백하는 그의 일기는 가족에 대한 회상이자 그들의 이상향을 추억하는 판타지 소설처럼 읽힌다. 사물의 의인화, 그 사물을 통해 새로운 세계(언어)에 진입하는 과정, 그와 반대로 사람을 낱개의 글자로 관찰하는 모습 등 다와다 요코의 글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조금 낯설 수도 있겠으나 이내 그만의 세계에 매료될 것이다.
단어에 씌어진 고정관념이나 오해.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왜곡된 민족주의와 편협한 사대주의.
익숙해지고 내재화되면 하나의 사고思考나 틀에 갇히게 되는 보편적 모습들.
나는 종종 다와다 요코야말로 코즈모폴리턴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언어를 관찰하는 것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읽다보면 사유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 도서지원
모어에서는 단어들이 사람과 꼭 붙어 있어서 도대체 언어에 대한 유희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모어에서는 생각이 단어에 너무 꼭 들러붙어 있어서 단어나 생각이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수가 없다. 외국어를 쓸 때는 스테이플러 심 제거기 같은 것을 갖게 된다. 이 제거기는 서로 바짝 붙어 있는 것과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을 모두 뗴어놓는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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