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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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글이 실린 에세이집이다. 
예술과 예술가, 자아, 삶의 가치, 패션을 통한 고상함과 상스러움의 간격, 성공의 조건, 보수와 진보의 권력 갈등 및 독재와 노예의 탄생, 사형제도의 찬반 여부 등 윌리엄 해즐릿의 솔직한 직설이 매력적이다.  




 
 
윌리엄 해즐릿이 자신과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가 선뜻 드러내기 꺼리는 부분들을 건드린다. 익명 뒤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한다든지, 왜 삶에 애착을 갖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라든지, 예술을 예술 그 자체보다는 다른 목적성을 두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어한다든지, 성공을 위해 비굴할 정도로 몸을 낮추는 행위 등 이렇듯 누구나 한 켠에 가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다. 
해즐릿은 삶의 가치가 영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동조하겠지만 실상 우리는 더 오래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지 따져보면 "삶의 가치가 영생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해즐릿은 삶의 중요성과 삶에 애착하는 마음에 관한 우리의 관념은 행복이나 불행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어떤 원칙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열정 때문이다. 열정은 행동으로 표출된다. 즉 삶의 애착은 '행동'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쉽지 않았는데, 행동 자체(열정)가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이기에 삶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어쩌면 이러한 점들 때문에 '먼 것이 더 좋아보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을 애착하는 마음은 우리가 삶을 얼마나 흥미로워하는가에 달려있다. 희망과 두려움에, 기쁨과 슬픔에 동요되는 다채로운 삶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한다. 이로써 우리는 삶을 향한 열정을 담아간다.  



아무래도 18~19세기에 쓰여진 글이다보니 시대성을 감안해야하는 부분들이 있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패션에 관하여」 「사형에 관하여」는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지금 우리 사회와 전혀 맥락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한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는 공교롭게도 현재 전全 지구적으로 해당하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워낙 직설적이고, 에둘러 쓰는 에세이스트는 아니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그의 견해에 긍정하든 부정하든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해즐릿은 자유에 대한 사랑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며, 권력에 대한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썼다. 그래서 오늘날 변절자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쳇말로 웃픈 인과관계다. 지금이라서 더욱더 그렇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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