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 - 봄을 맞이한 자립준비청년 8명의 이야기
몽실 지음 / 호밀밭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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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호 종료로 자립한 여덟 명의 청.장년 젊은이들이 자신에 대해 직접 쓴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보육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례는 다양하다. 신생아 때 맡겨진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가정폭력에 의해서 분리 조치된다. 원인과 사연이야 저마다 다르지만, 가정 경제 붕괴 - 부모의 알코올 중독 및 가정 폭력 - 부모의 이혼(혹은 부모 한쪽의 가출) 같은,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지점은, 아이들은 가족이 흩어지고 혼자가 된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로서 상처를 치유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무척 안타까웠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어른의 역할이 중요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유아동 시기의 돌봄은 정말 중요하다.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 이가 반드시 부모여야하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그들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관심을 보이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앞선 경험을 나누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정은 본인이 하더라도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에서 수십 년을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듣고 충분히 고민할 기회가 그들에게는 거의 없다. 모든 것들을 맨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해야만 하니 그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필자가 있다. 고비 때마다 스스로에게 "그래서?"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필자.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다. 주어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임을 어린 나이에 터득하고, '혼자 자립'이 아닌 '더불아 하는 자립'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보육 시설에 있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없지만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일테다.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음을 칭찬하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한다. 그런데 단지 격려의 메시지를 받기 위해 필자들이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육 시설의 어린 아이들이 좀더 양질의 보호받기를 바라고, 보호 종료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홀로 세상에 나가야 할 청년들을 위한 자립 지원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람하기 때문일 것이다.  


몽실은 같은 시설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이 모인 공동체다. 자립 멘토링 활등을 시작으로 보육 시설에서 퇴소한 후 자립한 청년들이 후배를 돕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 모임원들이 각자 빚을 내어 돈을 모았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인테리어 공사부터 기자재 구입까지 직접 뛰어 들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인 2년을 끝으로 재연장하지 않고 종료 예정이다. 카페를 열면서 각자 얻은 빚을 갚을 정도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페가 문을 닫게 되면서 그 빚은 각자가 알아서 갚아야 했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면서 제도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필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상처들을 모두 극복했는지, 이 책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과거에 혹독한 터널을 지나왔음에도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스스로 깨우친 이들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낸 가치를 잊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다시 이겨내고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의 건강한 일상을 기원한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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