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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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당히 공감되는 제목이다.
이유야 갖다붙이기 나름이지만 사실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 이유가 억지춘향이라는 것을. 간혹 그럴 때가 있다. 그냥 싫을 때.  


균등하지 않은 사랑, 격려와 흔들림, 늘 한 세트처럼 붙어다니는 밝음과 그늘, 천성적으로 대인배가 될 수 없는 소인배의 항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낙차, 사랑과 결혼, 우정, 그리고 늙어짐.  






 



책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부모를 배반하는 것애 대해(단어 선정이 오해를 부를만하지만). 부모들 역시 자신의 삶을 두고 최선의 삶이었다고 확신하기 어렵기는 자식 세대와 마찬가지다. 특히 미래에 대한 경험의 부재는 부모나 자식이나 똑같은 입장이고 심지어 위기 대처 순발력은 기성세대가 훨씬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빠른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에서 과거의 경험을 고집하는 우를 범한다.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많은 부모들이 '나'처럼 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들은 모른다. 기성세대의 역할은 그들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뒤를 좇으며 필요할 때 손을 뻗어 등을 받쳐주는 것일테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모를 사랑하지만 부모가 살아가는 방식이 지금과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신이 부모보다 더 나은 삶으로 살고 있으니 부모도 그에 맞게 발맞춰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자식이 부모의 간섭(그것이 비록 애정에 기반한다고해도) 혹은 무관심이 부담되거나 상처가 되듯 부모 역시 마찬가지일 터다. 부모와 자식이야말로 가장 적정한 거리두기의 폭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스럽게.  


저자는 가난한 삶을 쉬이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고 썼다. 그의 글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삶이 아름답기는 기실 어렵다. 장마철이면 불안해하는 반지하 거주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되는 청년, 보호종료가 되면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돈으로 독립해 각자 도생해야 하는 보호종료 청년들, 살인적인 더위에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하는 독거 노인들. 그들 앞에서 가난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살아 있음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썼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추억, 사랑받았던 기억, 그리움 들이 그의 삶을 아름답게 한다. 저자의 오뚜기 같은 생명력이 그를 더 아름답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추억과 기억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도적으로 고민해야할 것들이 개인의 노력과 같이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말'이었다. 그야말로 입조심.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자신의 체면도 깎지 않는 적당한 언어를 골라내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어느새 자기검열 단계로 넘어가 버린다. 이러다가 결국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것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대화의 폭은 일정한 지점을 넘어서지 못한다. 보통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는 경우,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서다. 특히 서로를 향해 느끼는 친밀도가 상이할 경우 더욱 그렇다. 하나의 대화를 두고도 한 사람은 '우리 사이라면 용인 가능하다'고 여기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정도로 친밀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괴리에서 오는 갈등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어렵다. 이 친밀도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니 말이다.  



학업, 취업, 재테크, 노후 대비. 
어쩌면 이런 것들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들 틈에서 모난 돌이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일이다. 요즘에는 '보통'으로 사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혹은 해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뒤표지에는 「어쩌면 '싫음'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라는 문장이 쓰여있다. 싫음과 좋음의 간극을 줄여가는 게 나은 것인지, 앞서 쓴 문장처럼 싫음이 좋음에 대한 명암을 분명하게 해주니 싫음은 그것대로 그냥 놔두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그것 역시 사람마다 다를 터다. 어쨌든 간에 '싫음'이 꼭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부정한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용기가 있을 때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애써 증명할 필요없이, 일상에서 내가 나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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