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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평점 :
에르퀼 푸아로, 엘러리 퀸, 셜록 홈즈, 브라운 신부 등을 연상하게 하는 탐정소설이자 정통 추리소설이다.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존재한다. 하나는 소설 속 소설의 작가 앨런 콘웨이가 쓴 『맥파이 살인 사건』의 매그너스 파이 경의 죽음, 다른 하나는 앨런 콘웨이의 죽음이다.
앨런이 사망한 사건과 『맥파이 살인 사건』 속 사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구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앨런 콘웨이, 매그너스 파이의 살인 사건. 사건을 추적하는 아티쿠스 퓐트와 원고를 찾다가 의도치 않게 앨런의 죽음에 의구심을 품은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 앨런 콘웨이가 쓴 『맥파이 살인 사건』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죽음은 작가인 앨런 콘웨이와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더하여 10여년간 이어지는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의 전작 역시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허구의 인물 매그너스도, 매그너스를 창조한 앨런도, 그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용의자로 의심될 정도로 크고 작은 원한 관계가 복잡하다. 앨런 콘웨이가 자신의 작품 속에 투영한 비밀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600쪽이 훌쩍 넘는 소설의 가독성은 흡족하다. 특히 작가가 독자와의 밀당을 아주 탁월하게 이끌고 있다(1부에서 그렇게 끝을 맺다니. 독자는 궁금해서 뒤로 넘어갈 지경). 특히 후반부에서 앨런 콘웨이의 죽음에 접근하는 서술자인 수전이 풀어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작가가 어휘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함을 알 수 있다. 영어권 독자들이 읽으면 비영어권 독자들 보다는 훨씬 더 맛있게 소설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사실 매그너스의 인간 됨됨이를 보자면 딱히 동정심이 가기 힘들다. 연민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맥파이 살인 사건』 속 인물인 메리 블래키스턴(이 인물이야말로 극적인 반전이다)이고, 『맥파이 살인 사건』의 작가 앨런 콘웨이 역시 한편으로 보면 가엽다. 한 사람은 수십 년의 세월을 불안과 걱정 속에서, 다른 한 사람은 10년 동안 증오심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 그들의 내면이 얼마나 피폐했을지... .
사업이든 사생활이든 서로 다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파트너를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느낀다. 앨런 콘웨이는 자신을 아티쿠스 퓐트에게 투영한 것일까, 아니면 매그너스에게 투영한 것일까. 읽다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서 앨런이 보인다. 만약 앨런이 살아서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의 완결을 보았다면 그는 만족했을까.
돈이 행복의 전부, 혹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서 이해받지 못하는 작가의 애타는 열망을,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외로움이 더욱 안타깝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