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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일단 세 여성이 너무 귀여우시다.
한 여성은 70대, 두 여성은 50대.
그런데 이렇게까지 사랑스럽다니.
정통 추리소설이 갖은, 그야말로 추리에 온전히 집중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 곳곳에 뿌려진 밑밥은 남김없이 회수가 되고, 독자가 의구심을 가질 여지는 전혀 없다. 결말까지 깔끔하게 딱 떨어져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지 않는 소설이다.
미술 갤러리 대표 스테펀이 자기 집 정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마 정중앙에 총을 맞았고, 두개골에서 수습된 총알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던 독일 루거 권총 총알이다. 또한 시신에는 글자가 새겨진 청동 메달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이와 똑같은 형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피해자에게서도 발견된 루거 총알과 글자가 새겨진 청동 메달. 메달에 새겨진 단어를 추정했을 때 살인은 한 번 더 일어날 예정이다. 그리고 첫 번째 사건이 벌어진 그 시각 사건 현장 근처에 호기심 만렙의 주디스가 있었다. 그가 목격자 아닌 목격자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며 솔직하고, 호기심과 상상력, 거기다 행동력이 넘치는 일흔일곱 살 주디스는 고모할머니로부터 멋진 저택을 유산으로 물려 받아 부족함 없는 노년을 보내고 있으며, 예전부터 구김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여성으로 보인다. 반듯한 남편과 아이들을 둔 벡스는 누가봐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두 딸은 독립해 출가하고 혼자 살고 있는 수지는 동네의 개들을 대신 산책시켜주는 일을 하면서 말로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유쾌한 중년 여성이다.
그러나 세 여성이 세 건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것보다 더 용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용기, 자아정체성을 찾기 위해 스스로 만든 울타리 밖으로 나올 용기,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들을 부정할 용기. 이러한 용기가 모여 자신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이것이 다져져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들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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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2쯤 읽으면, 추리소설 좀 읽었다하는 독자는 범인을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로 인해 추론은 성립되지 않는데, 예상치 못했던 세 번째 피해자로 인해 사건은 더욱 혼돈의 도가니로 빠진다(역시 방심은 금물인데!). 그리고 그가 막바지에 이르러 범인으로 등장할 줄은 몰랐네. 이 소설의 키맨이 그일줄이야.
수다스럽게 쓰고 싶은 말들이 있으나 이 촘촘한 스토리를 즐길 독자를 위해 혹여 스포가 될까 우려스러워 말을 아낀다. 범죄추리소설이지만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소설을 해결하기 위한 세 여성의 좌충우돌이 어찌나 유쾌하게 사랑스러운지 읽는 내내 소리 없이 웃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치지 마시길.
물론 이미 주디스의 과거를 눈치 챈 독자도 있겠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추리소설의 기본 아닌가.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