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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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함을 넘어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설적인, 속시원하고 통쾌한 에세이다. 한편으로는 따끔거리기도 했고.  






 
 
혐오를 혐오하지 않는, 혐오의 역설.
어지간한 자극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우리의 강심장을 향해 윌리엄 해즐릿은 날카롭게 일갈한다. 무서움을 타고 싶어서 유령을 만들어 내고, 박해하기를 좋아해서 마녀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 따르면 우리가 열망하는 것은 흥분의 양이다. 우리는 무관심하고 권태로운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악의와 폭력과 혐오를 드러내면 안 되기에 유령이나 마녀처럼 대상을 만들어 낸다. 이 논리를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행, 가짜뉴스, 딥페이크 등 현재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입해보면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이 쉽게 납득이 되고 만다. 


해즐릿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지 말초적인 자극과 격정을 만족시키려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굳이 삶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삶에서 얻은 좋은 것이 있다면 죽음을 맞을 때의 고통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에서 문득 나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가까운 이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들의 죽음은 어떠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인가. 결국 죽음이 곧 인생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한 걸까? 


이외에도 질투심, 자기애, 학자들의 무지 등에 대한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아니면 알면서도 아닌 척 했던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놓은 진짜 속마음과 욕구를 하나하나 들춰내는 글들이다.  



해즐릿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가식적이고, 문명이라는 교육과 관습으로 인해 가식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명분을 만들어 더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으로 읽히는데, 동의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거침없이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지금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글이지 않을까싶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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