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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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서구 여러 나라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얽힌 역사를 18개 에피소드를 통해 살펴본다.  


저자가 서문에서 썼다시피, 이 책은 재밌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문학과 음악, 영화를 비롯한 대중예술 및 문화, 과학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며 동시에 근래에 발생한 여러 사건들과도 유사한 맥락을 띠고 있음을 짚고, 당시와 현재를 비판한다.





 



침략, 공습, 전쟁은 천재지변이 아님을 지적하며 역사 속에서 개인이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착한 마음을 넘어 구조의 문제들에 대한 직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안는 윤리적 고뇌, 국가 혹은 사회 구조적 악으로 인해 동조한 가해에서 개인의 윤리적 책임은 간단히 면제 될 수 있는가의 여부, 전쟁범죄를 희석하기 위한 가해자의 의도적 자기 연민의 서사, 일본 - 미국 - 한국으로 이어지는 성 착취 제도의 삼각 고리, 오리엔탈리즘의 불평등과 폭력, 반전反戰 표방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산업사회 프레임과 전쟁 프레임의 공통점, 동정과 연민을 넘어선 연대와 해결 방안의 모색까지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우리가 통찰해야할 것들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세월호 사건, 의대증원에 의한 갈등, 맹신에 가까운 과학에 대한 의존, 근대부터 시작된 대중문화의 부상과 스타 시스템, 디아스포라를 통해 본 민족의 수난사와 정체성의 혼란 등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내 편 네 편이 아닌, 1차원적인 편가르기를 넘어서 시대를 교차하는 다각적 시각에서 현재 경계해야 할 우리의 모습을 짚는다. 


이 책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당시의 사건과 역사적 사실들이 현재에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 습격의 저자>이자 정치철학자인 김만권은 추천사에서 '연루됨'이야말로 인간의 실존 조건이라고 썼다. 우리는 태어남으로써 과거에 연루됐고, 그 시대의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난 과거와 자신은 아무 상관없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우리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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