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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했더랬다.
지나치게 젠틀하고 어디서든 툭툭 나타나는 당신이 계속 거슬렸거든.

1년에 단 한 번, 사흘 동안 열리는 성 베드로 축일장이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 있는 상인들이 수로와 육로를 통해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수수료, 세금 등 3일간 축일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모두 수도원의 몫이고, 그 기간 동안 상점 문을 내내 닫아야하는 길드 상인의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시장과 길드 대표들이 지난 내전으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1할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신임 수도원장이 법과 관례를 들어 그들의 탄원을 거부한다.
더구나 내전이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한꺼번에 모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예삿일이 아니다. 눈에 띄지 않고 소식을 주고 받고, 음모와 책략을 꾸미기에 안성맞춤이다. 상인들 중에는 귀족들의 염탐꾼들도 있어서 장사보다는 더 큰 다른 목적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처럼 잉글랜드가 완전히 둘러 갈라져있는 때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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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회 혹은 국가 안에서 정치와 경제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거기다 종교까지 더해지면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나, 당면한 현재를 봐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 거상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대의를 목숨을 걸고 지킨다. 다른 한 귀족은 이 내전에서 어떻게 하면 땅 한 평이라도 더 이득을 챙길까를 놓고 온갖 비열한 짓도 서슴치 않는다. 이번 이야기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갖춘 인물은 상인의 조카딸 에마다. 내전에서 키맨이 될 수 있는 체스터의 라눌프 백작은 어느 쪽에 편을 들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어 내전을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개인이 갖는 신념과 중도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에마는 외숙부의 지시를 따르는데, 이는 그의 정치적 소신을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목숨을 자기 손에 쥐고 있다는 책임감, 그리고 정치적 신념과 가족의 의무를 넘어선 인간애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자기의 출세와 부를 위해 가족조차 스파이로 만든 사람과는 대비를 이룬다. 결국 중도란 에마가 갖는 정의와 공정성, 약자를 향한 측은지심이 아닐까.
역사추리물 한 편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사람이 죽어가고, 역사는 왜곡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들더라는.
마지막으로 라둘푸스 신임 수도원장의 혜안, 멋지더라.
그의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요즘이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