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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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1, 2권에서 사이사이 언급됐던 캐드펠 수사의 첫사랑 리힐디스 등장!
아련하게 남아있던 리힐디스와 42년만의 재회.
그런데 하필이면 그의 아들이 살해 용의자라니!  






아직은 늙었다할 수 없는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유산은 전부 수도원에 기탁한 채 손님 자격으로 수도원에 들어와 주거와 음식은 물론 의복과 연료까지 지급받으며 은거하겠다는 보넬 부부. 멀쩡히 아들까지 있으면서 이러한 짓을 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독살당한 거베이스의 주변을 탐문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사건 장소에 있었던 인물들 하나같이 범행 동기를 갖고 있다. 약속을 어기고 모욕을 안긴 의붓 아버지에게 분노한 소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상속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생아 청년, 자유민 신분임에도 거베이스에게 붙들려 졸지에 농노로 전락한 또 다른 청년, 그런 청년을 측은하게 여기는 하녀, 그리고 결혼 전 약속을 깨고 애지중지 아끼는 아들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며 거리낌없이 수치와 모욕을 안기는 남편을 지켜봐야했던 여인.   


ㅡ 


이번에는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갈등, 그리고 두 지역의 법률적 차이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이 소설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유산 문제 이면에는 정치와 종교의 권력 싸움, 잉글랜드인과 웨일스인의 차별, 신분제도의 허점과 악용을 짚고 있다. 사실 12세기의 시대성을 지금의 잣대로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싶지만, 현재에도 종교를 핑계삼는 전쟁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지역적 감정과 차별 역시 여전하다는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여러 형태를 취하는 전쟁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잠시나마 새삼 들었다.  



캐드펠의 일침들.
노동이 부재한 무위도식하는 생활을 과연 천국의 삶이라고 할 수 있냐는 자문.
범인을 확정해놓고 무턱대고 의심하는 표적 수사가 아닌 정황에 들어맞는 사람은 누구든 조사하고 증거를 찾아내는 수사를 하라는 호통(말투는 조언).
잘못된 선택을 한 젊은이에게 내리는 참회와 진정한 삶의 기회.  


이 소설은 주인공인 캐드펠 수도사 혼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는 각자가 가진 재능과 선의, 그리고 공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캐드펠은 그들의 도움을 흔쾌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캐드펠이 가진 강점 중에 열린 사고가 그중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원칙적이고 이성적인 독자라면 이번 소설의 결말을 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캐드펠이 죄인에게 내린 별은 적절한가?
캐드펠에게 그러한 결정을 내릴만한 권리가 있는가?  
그럼에도 캐드펠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보넬은 결코 악인이 아니었다. 다만 시대와 장소가 그를 악하게 몰고 가 결국 피살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p248)"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를 저지른 이도, 더 나아가 보편적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도, 보넬과 마찬가지 아닐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연이든, 필연이든, 모든 사건(그리고 삶)에는 인과 관계가 있다. 누구나 내면의 악惡은 존재한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악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선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캐드펠은 말한다.   




사족
로버트 부원장은 야심이 큰데에 비해 경솔하고.... 어딘가 어리숙해... .
순둥순둥한 수도원장, 마지막으로 멋지게 한 방 먹이고, 부원장은 닭 쫓던 개됐다.
(쌤통이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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