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인물과 허구의 인물 및 사건을 조화한다. 소설의 기본 배경을 살펴보자면,
1138년 초여름은 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헨리 1세의 딸이자 헨리 2세의 어머니. 우리가 '마틸다'로 알고 있는 바로 그녀)가 잉글랜드의 왕권을 둘러싸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며 싸움을 벌인지 2년여가 지난 시점으로, 산발적이었던 전투의 여파가 슈루즈베리 바로 코앞에까지 육박해서 전쟁의 위협이 성과 마을에 가시적으로 드리워지고 있었다. 잉글랜드인들끼리의 전쟁으로, 이전에는 적대적이었던 웨일스로 피난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사랑과 우정은 빠지지 않는다. (흐뭇하다, 흐뭇해)
스티븐 왕의 군대에 의해 성이 함락된 후 수도원장의 명령에 따라 처형당한 수비대원들의 시신 아흔네 구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캐드펠 수사는 시신들 중에 수비대원이 아닌, 살해된 채 버려진 이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시신 한 구가 더 있음을 발견하면서 소설의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입부를 지나 전개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아무래도 '전쟁'이다.
정당성을 갖고 합법적으로 살인이 가능한 전쟁터. 소설에서는 처형당한 수비대 아흔네 명 중 가족이나 친지가 찾아간 시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절반이 훌쩍 넘는, 합장된 그 시신들의 가족은 생사도 모른 채 애타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닌가.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이미 전쟁 중이거나 일촉즉발의 상황인 지역이 적지 않다. 특히 참전 군인 대다수가 젊은이라는 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현실의 그 싸움터에서 전사한 자들 또한 죽어서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가 얼마나 될까. 2권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놓여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 떠올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작가가 1970년대에 이 작품을 썼으니 그 역시 지난 전쟁을 염두했으리라 짐작해본다.
1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건을 거의 다 해결한 두 인물은 범인의 단죄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다. 사건을 만천하에 드러내면 정의롭고 선량한 여인이 가족의 죽음과 더불어 불명예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이중 고통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살인자가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도 덮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사명을 실행하다가 죽은 청년의 억울함도 풀어야한다. 더하여 살인자의 음흉함과 뻔뻔함은 그냥 두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종결은 캐드펠의 지혜보다는 이성적이고 영리한 한 청년의 무모한 정의감으로 마무리된다. (더불어 사랑까지!)
지금까지 읽은 바로,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인물의 반전이다. 영악하고 출세지향주의자라고 여겼던 인물, 인정 많고 따뜻한 감정의 소유자로 보였던 인물 등 사건의 반전만큼이나 인물의 반전도 신선하다. 중년의 캐드펠 수사와 자신감이 넘치고 혈기 왕성한 젊은 영주의 기싸움도 꽤 흥미진진하고.
2권에서는 정치적 노선이 분명한 네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직접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자신이 가진 소신을 실현하면서 인류애적인 감정으로 상대를 대한다. 캐드펠 수사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이 사건의 관련자이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우정을 나눈 네 사람. 그들 중 두 사람은 모드 황후를 지지했고, 다른 두 사람은 스티븐 왕의 편에 섰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사랑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억지를 보려보자면 이런 것이야말로 조화가 아닐까.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