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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권을 완독하고 이런 맛에 고전물을 읽지싶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과하게 자극적으로 설정하는 현대식 범죄 수사물이나 미스터리와는 다른, 시대극이 갖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피로도가 낮아서 좋다!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한다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뚜렷한 메시지가 없어도 좋은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이 확인시켜준다. 12세기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지역 감정 및 대립 정도가 보여지는데,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고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다고 해도 읽는 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 소설에도 여타 소설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십자군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웨일스의 유력한 가문 출신인 주인공 캐드펠을 중심으로 수도자임에도 출세의 야망이 크고 노르만인이라는 자신의 출신에 자부심이 크며 지위와 계급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참 밉상이다), 왜 수도사가 됐는지 알 수 없는 유쾌한 청년 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또다른 야망꾼까지 수도원에 있는 수사들임에도 각각의 색깔이 분명하다.
웨일스의 귀더린까지 순례를 간 그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은데, 귀더린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 오히려 잉글랜드 순례자들에게서 시작된다는 점도 작가의 재치가 아닐까싶고,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해도 웨일스인들 중에는 비호감이 없는 설정도 나름 재미있는 지점이다(정작 작가는 슈롭셔주 출신이다).
다양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정황과 동기만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소설은 무척 오랜만인 것 같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계급적 혹은 종교적)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은 낭만적이고(최근에는 이러한 가치들이 폄하되는 경향이 크다보니), 낯선 이들과의 허물 없는 교류, 타인에 대한 신뢰 등 읽는 내내 유쾌했다. 특히 츤데레 감성과 탁월한 추리력으로 꽊꽉 채워진 중세의 탐정, 캐드펠 수도사 발견이 가장 큰 수확이겠다. (야호!)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