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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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두 개의 이야기로 진행하면서 두 명의 서술자를 두고 있다. 재뉴어리가 화자인 1인칭 시점과 율 이언을 서술자로 두는 3인칭 시점이다. 주인공 재뉴어리가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통해 에이드와 율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현재와 과거는 절묘하게 맞물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다른 두 세상을 대변하는 재뉴어리를 통해 식민주의와 인종 혐오, 기득권층의 권력 독점, 제국주의의 문화재와 예술품 강탈, '다름'의 이해 부재 등을 직접적으로 꼬집고 있다.  


백인 여성 에이드, 유색인 율 이언, 아프리카 흑인 여성 제인, 백인 남성 로크,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백인 여성인 에이드와 다른 세상(차원)의 유색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피부색을 지닌 재뉴어리가 상징하는 바는 분명하다. 또한 에이드의 세상에 떨어진 율이 유색인으로 구분되어 차별의 대상이 되고, 율과 마찬가지로 다른 세상에서 왔지만 백인이기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던 '그'를 보면서 현재에도 우리 사회가 선 긋기에 얼마나 열심인지를 새삼 떠올려진다. 이는 미국에 유학하기 전까지 인종차별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경험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상적인 부분은 줄리언과 재뉴어리가 세상을 통과하는 공간을 '문Door'이라고 한다면 로크 씨를 비롯한 협회 사람들은 '균열'이라고 칭한다. 즉 변화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수용하는 방식이 달라짐을 얘기한다. 권력을 독점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변화는 균열이고 두려움이다. 소설은, '문을 넘는다'는 것은 전통, 문화, 민족, 성性, 인종, 국적을 비롯해 더 나아가 직업, 계층, 세대 등 '다름'과 무한한 여러 다른 세상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공존을 향한 노력임을 말한다.  


우리는 그릇된 권력에 저항할 것인가, 복종하며 살아갈 것인가. 변화를 수용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이가 아니면 무조건 거부할 것인가. 늘 그렇듯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 선택이 미래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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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판타지 소설을 열심히 읽었더랬다. <호빗>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드래곤 라자>를 비롯한 이영도 작가의 전작, 이제는 제목도 가물가물한 적지 않은 여러 작품들, 그리고 매 권 출간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이후 몇 년에 한두 권 읽을 정도로 판타지 소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가 온라인 서점 소개글을 읽은 후 백만 년 만에 손에 잡은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라함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상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데에 있을 터다. 개인적으로 보기 드물게(?)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니아 연대기> 결의 판타지 소설이 그리운 독자라면 만족할 것이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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