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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ㅣ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평점 :
1855년 1월에 시작한 일기는 소로의 나이 마흔인 1857년 12월 13일에 끝난다. 그가 사망하기 불과 5년 전이다. 1855년의 일기가 생태적인 측면에 집중해 있다면, 1856년에는 그의 소신과 사상을 엿볼 수 있고, 1857년에는 소소하고 단순한 삶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다.
부제가 「영원한 여름」이지만 3년 동안 열두 번의 계절을 지나며 쓴 이 책은 그의 일기이자 에세이이며 생태 관찰 일지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매일 매일 날씨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봄에 시작하는 자연의 생명력으로 삶을 믿게 된다는 소로는 자연 속에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곧 세계임을 얘기한다.
이슬에 젖은 축축한 흙의 질감, 겨울이 무색한 양치류의 싱싱함, 얼지 않은 겨울 시냇물의 청명한 아름다움, 진눈깨비가 내려앉아 늘어진 나무에 의해 연출되는 숲의 곡선과 하얀 면사포를 뒤집어 쓴 듯한 환한 우듬지, 단단한 아름다움의 겨울 등 주변의 자연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야생 동물의 발자국도 찾기 어려운 허리께까지 쌓인 눈에 대한 걱정이 무색하게 구름 없는 맑은 다음 날 월든 호수의 푸른 물빛. 그 푸르름에 그림자조차 파랗다. 다람쥐의 움직이는 소리와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내림, 반면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음악 이상으로 아름다울뿐 아니라 이 소리들은 봄의 전령이기도 하다. 백참나무 잎 하나를 주워 세세히 들어나는 잎맥을 보며서 시들어가는 것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소로가 느끼는 자연의 생생함이 150년을 훌쩍 지난 지금에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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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향한 소로의 감상은 단순한 경외심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잇닿아 있다.
소유와 소비의 악순환에 대한 서술을 시작으로 느릅나무를 빌어 진실한 급진주의와 진실한 보수주의의 조화와 협력을 당부한다. 보수주의는 진보의 성장을 막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떠받치는 굳건한 기둥이 되어주라고 권한다. 소로는 개혁을 이루더라도 급진주의자가 보수주의자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쎴는데, 앞서 주장한 기둥과 가지는 세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소로의 바람이라고 짐작한다. 또한 무의미한 전쟁을 빌미로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는 국가들을 비판하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 자신의 단순하고 수수한 삶을 잃을까 두려워했던 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만족과 이웃과의 대화에서 얻는 영감을 그 어떤 것에든, 이국의 화려한 도시에서의 생활에서든, 바꾸고 싶지 않았다. 소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큰 부자라고 썼는데, 이제 마시는 물까지 돈주고 사야하는 세상에서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더라는.
소로는 사람들이 그 자신처럼 자연을 존중하는 소박함을 음미하는 삶을 지향하기를 희망하면서 사물의 본성과 질서에 대해 사유하고, 신념과 신조를 떠들기 이전에 자신의 됨됨이를 성찰해야함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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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많은 시간을, 고독을 벗삼아 걷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느리게 걷고 사유하는 일상을 제쳐놓은 채 생계를 꾸려가는데 모든 정신과 활력을 탕진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하찮다고 여기는 대상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소로는 우리가 자연을 학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있는 자연을 학대하는 자는 자연학대죄로 기소당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데, 어쩌면 인류 전체가 이 죄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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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일기를 통해 자연에서 누리는 삶과 생태계를 이루는 자연을 포함한 타자와의 사귐에 대한 경이에 대해 아름답게 기록하면서 모든 것에 신의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앞서 썼듯 이 책은 열두 번의 계절을 지나오는데, 계절에 따라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는 놀랍다. 석양빛과 자줏빛이 어우러진 저녁 노을, 계절의 변화에 따른 동물들의 움직임과 그들이 내는 소리, 이를 관찰하는 소로. 일기에는 자연의 변화가 주는 그의 철학적 사고와 사색이 가득하다. 그는 나무를, 식물을, 크고 작은 동물을, 존중해야함을, 그리고 인간이 좀더 자연에 더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로가 일기에서 시종일관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수수함'과 '단순함'이다.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라고, 수수한 하루의 사색과 산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소로는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