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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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작품이 실린 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ㅡ외적, 정서적ㅡ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의 소감을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나는 실린 모든 작품에서 공감하고 이입했다.  





 
 


전쟁으로 한순간에 사라진 일상.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최근들어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아비규환 속에 신은 어디있냐고 자문하는 <쓰게 될 것>의 '엄마'는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에게서 신의 모습을 본다. 결국 고향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면서 소풍을 가자고,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자고 딸에게 말하는 엄마의 참담한 심정에 희망은 남아있을까.  


우리는 보여지는 것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경우가 크다. 바꿔 말하면 자 나신 역시 누군가로부터 보여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본인의 생각과 판단은 뒤로한 채 여론에 따르는 방관적 태도가 만연한 요즘, 타인을 신뢰하고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참 어렵기만 하다.  


살면서 숨어버리고 싶은 순간들,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믿고 싶어서 믿는다기보다 믿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을 때가 있다.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살다보면 더없이 귀한 존재다. 털어놓는 마음을 제 기준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섣부른 위로나 조언없이 그저 들어주고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 멋지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인간의 쓸모>에서는 학교가 빈민층 아이들만 가는 혐오 시설이 되어가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이 표현이 극단적이라고 여기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전인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할 학교는 갈수록 입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간다. 그럴 바에는 지름길을 선택하고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해야 하는 것은 많지만, 하고 싶은 것은 점점 줄어든다. 소설의 '배아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미래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현재의 '나'를, 우리 아이들을 끼워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고思考하지 않는 인간. 이게 우리가 받아들 심각한 사안이다.  


실패를 혐오하는 세태에서 초조와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 불행에 익숙해져 불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하는, 그래서 불행해 익숙해져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것들 중에서 정말 내 의지대로 선택한 것이 얼마나 될까. '예측 가능한 미래'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다니는 요즘, 과연 인간이 제 미래를 얼마나 예측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장담할 것이며, 한 개인에게 들이닥치는 불가항력적인 미래ㅡ전쟁, 천재지변, 뜻하지 않은 사고ㅡ는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인생에 정답이 있을리가.  
나는 <홈 스위트 홈>의 '나'에게서, <인간의 쓸모>의 노아와 안나에게서, <유진>의 이유진에게서, 일부분이나마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소개글에서처럼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해야만 하는, 누군가는 써야만 하는 이 시대의 이야기들임이 분명하다. 소설은 시대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거울에 가깝다. 그것도 너무나 투명한 거울이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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