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시인이 관찰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
니나 버튼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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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만한 시골집에서 지내면서 일상의 경험을 통해 주변의 자연과 생물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토양과 균류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생태를 이야기한다. 






 
동물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이고 동시에 예술적 영감을 준다. 인간의 생활과 별개로 동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지적 능력과 의사 소통 능력이 훨씬 뛰어남을 쓰면서 새와 벌의 비행의 정교함과 정확함, 벌이 구축한 공동체 사회, 작디 작은 곤충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큰 기여도, 수적 우세와 응집력으로 번성한 개미 등 아주 오래 전부터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해 온 동물들에 대해 서술한다. 더불어 인류사와 동물의 상관 관계를 짚으며 현재 자행되고 있는 동물 학대와 혐오, 동물의 생래적 습성과 이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인위적으로 품종 개량을 서슴치 않는 인간의 이기, 인간의 관점(특히 감정적인 면)에서 동물의 생태적 패턴을 규정하는 우리의 오해와 그릇됨을  짚는다.  


저자가 말한 생물의 크기는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인간은 제 몸뚱이를 기준으로 크기를 재단하지만, 사실 지구에서 사는 생물들 중에 가장 흔한 크기는 적어도 인간이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개미 정도의 크기가 가장 흔한 크기다. 야생 동물은 이 땅의 진장한 주인이자 땅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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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지구 생물체량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굳이 수치적으로 따지자면 지구는 식물이 장악한 셈이다. 무엇보다 식물이 없으면 지구의 그 어떤 동물도 생존할 수 없다. 


저자는 식물이 가진 예민한 감각을 일종의 감정으로 간주해도 될지 묻는다. 집에서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이 부족하면 바로 윤기를 잃는 이파리, 너무 더우면 늘어지는 가지,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제때 피는 꽃, 어느 때부터인가 새롭게 올라오지 않는 선인장. 이틀 전, 고무나무의 줄기가 단단해지려면 맨 아랫단 잎을 떼어주어야 한다는 조언에, 수경으로 키우기 시작한 고무나무의 잎 한 장을 두눈 질끈 감고 떼어냈는데 그 자리에서 하얗게 올라오는 수액을 보고 속상했다. 얘가 눈물을 흘리네, 싶더라는. 이러니 식물에게 감정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나. 식물은 지구에서 생태와 환경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존재다. 피터 싱어는 식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는데, 난 그 의견에 반댈세.


동물만큼이나 식물도 인간에게 혹사당하는 중이다. 인위적 품종 개량, 의도적 멸종(대표적인 사례가 바나나), 대규모 플렌테이션에 의한 엄청난 양의 물 소비, 농약 및 살충제 사용에 대한 심각성은 말하기도 입이 아픈 지경이다. 


저자는 시골집에서 생활할 때 애써 잔디를 관리하지 않아도 마당이 저절로 자라며 그들이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꼈다고 썼다. 이에 관련한 글을 읽으며서 옛날에는 집 옆에 <보호하는 나무>를 심었다는 스웨덴 전통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집 마당에 심은 나무 한 그루에 온전한 먹이 사슬 형태를 이룬다는 것만으로도 참 경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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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생명의 역사를 생물학적, 사회 및 사회과학적, 환경 및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면서 지구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서술한다. 또한 공장식 축산을 비롯한 현재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생태계 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생물 종의 다양성과 개체수 감소의 우려를 나타낸다. 인간 외 생물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 확보와 환경 조성의 중요성 또한 짚는다. 


읽으면서 동물권에 관련한 책들이 생각났는데, 동물이 내재적 가치를 가진 존재인지에 대한 여부와 그에 대한 동물의 권리 논쟁은 고대부터 이어져왔음이 떠올려진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아퀴나스, 칸트, 벤담, 싱어, 레건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도덕적 지위 여부에 대한 주장은 달랐는데 근래 들어 반려 동물이 확대되면서 동물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이 이와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실험 동물에 대한 찬반 대립은 여전하고, 경제적 측면과 생태적 측면이 격돌하는 순간에는 거의 다 경제적 측면이 우위에 놓이며, 공장식 축산의 가혹한 환경은 동물의 내재적 가치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논쟁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서문에는 자연에 들어선 인간은 손님으로서 방문을 하는 것이라고 썼는데, 이 문장이 무척 공감이 된다. 한여름에 산장에 며칠 머물다보면 특히 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아, 내가 이들의 공간에 침투한 거대한(?) 이방인이겠구나"라는 생각.  


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 외의 생물들과 유대하며 살아야하는 이유를 철학, 문학, 역사, 과학을 통해 설득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유와 단합, 고독과 유대 사이의 역학.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존중해야 할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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