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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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북극 포경사업을 시작으로 북극의 지리적 위치로서의 정의와 의의, 생태 환경과 기후, 지질학적 특성 등 북극에 대해 전반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세 가지 중심 주세를 밝힌다. 북극이라는 대지가 인간의 의식 세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대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망은 대지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부유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등 북극의 터줏대감뿐 아니라 이들과 삶과 공간을 공유하고 땅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누이트들과 북극을 경유해 대이동을 하는 동물들의 생태적 특이성과 북극 땅이 갖은 포용과 생명력, 그와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본질인 북극 생태계의 순환과 경이로운 자연 현상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인류가 자제를 배우고, 땅에 대해 좀 더 현명한 행동 방식을 끌어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생태계의 생물학적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수천 년간 인류가 이뤄놓은 지혜의 완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니 제발 비판적 지성으로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또한 우리가 멸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생에 결실을 얻지 못할지도 모르는 작업을 실행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북극이 인류보다 어린, 즉 가장 어린 생태계라는데, 어쩌면 가장 어린 북극 생태계가 가장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  







약탈, 스포츠 사냥, 무리한 지질 탐사와 산업 개발, 이에 따른 환경 오염 등에 의한 폐해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쓰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부분이니 생략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이 책을 인문 에세이로 분류해 놓았는데, 문학과 비문학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생태학과 서구 개척에 대한 약사略史와 산문의 복합적인 모습을 보인다. 과학적 측면에서 북극의 사실적 면모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북극의 땅과 생명에 가해지는 횡포와 폭력에 우려를 표하고, 땅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이해의 시각에서 북극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과 자연 현상을 관찰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자연은 정복과 극복의 대상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한다.  


읽다보면 북극에 존재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種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혜안과 통찰을 존중해야함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생태학에 가까운 책이라고 여기며 펼친 책에서 나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또 다시 생각하게 됐고, 더하여 북극, 자연, 생명, 그리고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에 행복했다.  



​내가 알기로 현지에서 초판이 출간된지 20년이 훌쩍 넘었다(우리나라 번역본은 10년 전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1980년대에도 북극 생태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 책뿐만 아니라 해빙 연구가인 피터 와담스 역시 자신의 저작에서 무분별한 북극 개발과 기후 변화에 대해 경고했다. 많은 이들의 역설을 간과한 지금의 북극 상태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은 '이상異常'인 아닌 우리가 뿌린 씨앗을 고스란히 거둬들이고 있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동물들은 언제나 인간에게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조짐과 경고에 반응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 조짐에 반응하는 동물들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 출판사 지원도서


#배리로페즈리뷰대회
  

아직까지 어떤 문화도 의식이 성장하면서 직면하게 된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했다. 피, 모든 생명에 내재된 그 공포를 번연히 알면서, 자신이 속한 문화는 물론, 자기 안에 있는 어둠도 목도하면서, 어떻게 도덕적이고 자비로운 존재로 살 수 있는가?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단계가 있다면,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존재하는 역설을 파악하고 그런 모순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때일 것이다. 사람은 모순의 한가운데를 살아내야 한다. 모든 모순이 일거에 제거되는 순간, 삶도 붕괴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중요한 질문 중 몇 가지는 그냥 답이 없는 질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빛에 다가가려 한 하나의 고귀한 표현이 되도록 애쓰면서. - P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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