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8 -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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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소위 '원대한 꿈'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소설은 담덕 즉위 8년으로 접어든 398년에서 시작해 이듬해 399년 왜의 출병까지 서술한다. 소설의 후반부에 왜의 출병을 적은 분량으로 언급하는데, 이는 9권으로 이어질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8권은 그야말로 동북아를 아우르는 경제 대국으로서의 고구려를 설계하는 담덕의 원대한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북쪽 초원로 원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숙신족을 정벌하고 조공관계를 맺음으로써 세력권 확장을 시작으로 고구려에서 북쪽 지역의 나라와 부족 들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하게 서술함으로써 독자는 당시 동북아 정세를 이해함과 동시에 담덕의 초원로 원정의 당위성을 납득할 수 있다. 





 



담덕은 숙신 토벌을 앞두고 장고를 거듭 중이던 차에 숙신족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를 들으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고민하던 끝에 교역을 통한 유통 질서의 회복에 대해 생각한다. 무력을 통한 지배력 확장보다는 물산거래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과 상생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읽다보니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제일 큰 이슈로 등장한 문제가 생각난다. 마주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제 말만 떠들면서 서로에게 불통의 책임을 떠넘기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려 제발 상생의 의미를, 그리고 담덕의 '전쟁이 아닌 평화 지향 의지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삶의 철학'을, 숙고하기를 바람한다. 


물론 소설적이고 감상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이지만, 담덕의 원대한 꿈이 애민정신과 부국강병에 있었다면, 왜국 대왕 오진이 품은 대륙의 꿈은 모후의 한풀이를 핑계삼은 개인의 욕심과 아집이다. 당장 8권에서 등장한 지도자들(탁발규, 사륜, 오진)의 면면만 보더라도 흥망성쇄의 길에 지도자의 역량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여실히 보여진다. 소설에서 담덕의 초원로 역참제도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이상적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원활한 교역과 서비스, 현지 주민의 자립과 안전, 그리고 지역 발전까지 염두해 둔 설계와 넓은 시야는 지구촌 세계화를 부르짖는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싶다. 



8권에서는 유독 놀이 문화와 설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강강수월래, 선녀와 나무꾼, 주몽 신화, 세오랑 세오녀, 태극과 오방색, 굿과 신물 등의 토속신앙, 호국불교 등 동북아를 아우르는 정서가 두드러진다. 근거가 뒷바침하는 사료와 허구적 상상이 어우러져 이런 부분에서의 읽는 재미도 적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마도 9권은 고구려를 상대로 왜국과 백제가 연합해 일으킨 전쟁이 주요 내용이 될 듯 하다. 그 전쟁의 결말이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담덕을 마주하게 될 해평의 심정과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꽤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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