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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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미키7>이 끝난 시점에서 2년이 경과된 후부터 시작한다. 소설에서 행성 간 디아스포라는 200년 전부터 시작됐다. 디아스포라 이후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근현대 역사와 아주 흡사하다. 
 






전작 <미키7>이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 반스의 정체성과 의미론에 대한 고뇌였다면, 이번에는 정의와 도덕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인간 복제에 대한 종교적 · 윤리적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 디아스포라, 그리고 침략적 이주에 따른 토착민과의 갈등. 토착민과 이주민의 동맹과 협력을 통한 동등한 관계. 토착민이 이주민에게 내민 선의, 그럼에도 문명을 들먹이며 토착민의 관습을 미개하다고 낮잡는 이주민의 태도. 


읽으면서 이야기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지만, 물리적 대결 구도뿐 아니라 사고의 차이와 관습의 이해, 그리고 가치관에서 오는 딜레마 등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많은 SF소설에서 봐왔듯 외계인(지구인 입장에서)과 인간 캐릭터의 설정을 보면 외계인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아이러니와 인간의 모순을 짚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더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인간이면서도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괴물로 취급당하는 익스펜더블과 반은 생명체이고 반은 기계인 하이브리드 크리퍼가 철학적으로 사유하며 공공의 이익과 우정을 더 우선시한다는 점에도 여러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나샤로부터 인간이 행성 간 이동을 한다는 말을 들은 스피커(크리퍼)는 인간이 예상보다 위험한 존재라고 말한다. 크리퍼는 폭탄의 위력에 상당히 놀라며 인간들은 왜 그런 걸 만드는지 묻는다. 아마 이 질문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어 타당성을 설명해주는 것은 우리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타인의 죽음,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에 너무 익숙해져 '원래 세상은 다 그래'라는 한 마디로 모든 물음표를 일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미키 반스가 던진 도덕적 딜레마. 살아 있는 적과의 약속, 죽은 친구와의 약속 중 더 우선해야야 하는 것은? 합의한 사항에 대해 약속을 어기고 배신을 하는 짓은 크리퍼 세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 종족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스피커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는 익스펜더블인 미키뿐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은 '반물질 원정대'(내가 붙인 이름이다)가 남쪽으로 가는 동안 로버에서 스피커와 원정대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비록 서로의 이득을 위해 맺은 동맹관계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 순간만큼 그들은 '친구'였으니까.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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