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일기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석 달 동안 투약한 모르핀 대용 약제로 인해 약물 중독 증세가 심해져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사강이 짧은 입원 기간 동안 쓴 일기다. 








사강은 입원한지 이틀만에 스스로 쇠약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몸의 쇠락을 느낀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일테다. 그녀가 말하는 쇠약이 육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병원에서 듣는 다른 환자의 울음소리. 그 지치고 애통한 울음소리를 예사로 여기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사강의 눈에는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듯 하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내 의사대로 할 수 없다는 자괴감. 
몸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도 예전과는 달리 책 한 권을 끝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침대와 소파만 오가고 조금 답답하며 잠을 못 자는 와중에도 자신의 탐욕과 호기심이 새삼스러운 사강.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던 예전의 삶에 대한 그리움, 그러면서 진정한 행복은 드물다고 말한다.  


사강은 고통과 외로움이, 무엇보다 스스로 삶을 끊어내게 될까봐, 두렵고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두려움이 지겹다. 


​지치고 지루하고 도망치고 싶은 날들. 
삶과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망.
그리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



​적은 분량과 각 페이지마다 길지 않은 글들임에도 느리게 읽혔다. 책에 실린 삽화는 사강의 피폐해진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 장을 넘기고 다시 두세 페이지 앞으로 돌아가기를 여러 번.  


오랜만에 독후기록 노트에 발췌한 문장들과 읽는 순간들었던 단상을 꾹꾹 눌러담아 적었다. 



글로만 봐서는 이십대 초반에 썼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짙은 페이소스가 전해진다. 내 몸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상실한다는 것, 지겨울 정도로 두려움이 일상을 잠식한다는 것, 죽음에 더 가까이 발을 내딛다가도 글쓰기를 향한 열망 덕분에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삶을 향해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온전히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고통과 고독, 어렴풋한 희망을 조금이나마 나눈 시간이었다.  




※ 출판사 지원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