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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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이곳에 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에서)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이 현재 286권이 출간됐다. 그중에서 111권의 표지와 첫 문장을 모은 엽서북이다. 사실 엽서북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가 인친님 피드를 보고 엽서북인 줄 알게 됐다. (이 아까운 걸 어떻게 엽서로...!)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로 시작해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집>이 마지막 장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ㅡ괴테, 아서 코난 도일, 유진 오닐, 버지니아 울프, 카뮈, 카프카, 헤밍웨이, 빅토르 위고, 대실 해밋, 아서 코난 도일, 제임스 조이스 등ㅡ들 외에도 체사레 파베세, 베르톨트 브레히트, 레이먼드 챈들러 등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 표지가 보여서 반가웠다. 


아직 한 작품도 읽어보지 못한 베르코르, 존 파울즈, 조르지 아마두, 나기브 마푸즈, 마이크 레즈닉, 에릭 앰블러, 옌스 페테르 야콥센 등은 목록에 올려놓고 차곡차곡 순차적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 담은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첫문장은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 로렌스의 <채널리 부인의 연인>.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이라도 첫문장을 읽으면 대략 유추되는 것들이 있다. 소설의 분위기, 문체, 정서적 배경이나 등장인물의 직업 등. 무엇보다 첫문장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표지는 점점 더 작품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고. 


이외에도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표지를 보면서 지난 코비드 시국에 코로나 감염으로 임종한 루이스 세풀베다가 떠올라 잠시나마 추모의 시간을 가졌고, 몇 권의 책들은 독서모임 멤버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이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전집에 있는지 몰랐던 윌라 캐더의 작품(나의 안토니아)을 발견한 것도 나에게는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생각보다 전집에 출간된 지 몰랐던 작품들이 꽤 되더라는. 



한 장 한 장 넘기자니 유독 마음이 갔던 작품들이 눈에 들어와 남겨놓았던 독후기록도 찾아서 읽어보고, 동시에 작가들 면면도 찬찬히 살펴보는, 나에게는 휴식의 시간이었다. 불현듯 도록을 이렇게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들어서 가까운 몇몇 이들에게 요령껏 활용하라고 선물할 요량이다.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첫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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