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78년에서 1989년까지 쓴 논문을 모았다. 이 시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다양한 페미니즘 갈래들 사이에서 복잡한 정치, 문화, 인식론적 선동이 이루어졌던 시기다. 그리고 국제 사회는 냉전 체제 말임을 감안해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생물학과 진화와 자연사, 그리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페미니즘과 관련있는지를 여러 실험 관찰과 논문을 통해 탐구한다. 또한 언어, 문학, 이념과 사상, 과학적 담론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젠더를 다뤄왔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성sex이 어떻게 정치적 범주에서 이용되어 왔는지, 여성=젠더로 곧장 등치시키는 논리적 오류, 그리고 젠더의 계급화와 그 계급화를 소멸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내며, 앞으로 젠더적 차원 그 이상으로 차별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함을 역설한다.
정치화된 신체 겸 정치제도, 정체政體/body ploitic의 개념은 고대부터 있어왔다. 산업혁명 초기에 정체 이론에 중요한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자연경제와 정치경제는 다양한 수준에서 상호 연관되었다.
1부에서는 동물사회학 혹은 동물집단에 대한 과학이 억압적인 정체 이론을 구성한다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생명사회과학을 새로운 실천과 이론을 고안해 재전유하면서, 동물사회학의 중심을 차지한 지배 개념에 기댄 생리학적 정치에 맞서 비판적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 분야가 사회 세계를 비추는 성차별적 거울이 되었고, 정당화 이데올로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물질적 힘을 증강시킴으로써 문제의 세계를 재생산하는 도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생명사회 이론의 바탕에는 근본적인 가정이 있다'는 명제다. 인간은 도구 사용 적응의 산물이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중재하는 도구들을 써서 우리 자신을 능동적으로 설계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부속물(도구)을 필연적인 인간 본성이자 기술적 요건으로 간주한다. 이 논리는 자연과 소외된 관계를 구축하면서 기계 및 기계의 산물을 우위에 둔다. 신체는 뒤쳐진 것이며, 인간 개조의 정당성을 확고하게 만드는데, 이와 다른 길은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후반부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페미니즘까지 연결해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신체와 공동체에 대한 이론을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기계와 시장으로 구축했을까? 기계는 생산을 위한 것이고, 시장은 교환을 위한 것이며, 기계와 시장 모두 재생산을 담당한다. 저자는 사회생물학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재생산의 과학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제1차 세계대전과 현재 사이에, 생물학은 기능주의의 용어들로 파악된 유기체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으로부터, 사이버네틱스 체계의 용어를 통해 자동화된 기술적 장치들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과학으로 변환되었다. 생명과학의 변화는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권력의 본성과 기술의 변화를 수반했다. 사회생물학은 사회 및 개체군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다. 모든 자본주의적 과학에 관한 한 설명이 필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개체가 공동선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회생물학의 기초는 자연에 대한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분석으로 지배 관계를 요구한다. 성차별주의의 근간은 성역할을 유전적으로 설정되었다고 합리화하는 데 있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기본 공학의 논리에 따라 설정됨을 짚는다. 인간 사회에 적용된 사회생물학적 추론은 직업 분리, 우세 위계, 인종주의적 쇼비지즘, 그리고 성에 기초한 사회가 유전적 경쟁의 더 추악한 측면을 통제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만들어 낼 '필요성'을 안이하게 자연화하는 경로로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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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강력한 정치적 계기 속에서, 페미니즘 이론의 심화된 상호교차성, 공동 구성, 식민주의 담론 비판, 반인종차별주의 이론 등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여성의 경험'으로 간주할 것인가를 두고 언제나 논란이 분분한 해석들을 개별적으로, 또 집합적으로 재구성해왔다. 무엇을 '여성 경험'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페미니즘 역사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의 담론 실천을 변화시켰다.저자는 이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문학을 비롯한 문학에 대한 고고학 외에도 여타 텍스트들을을 통한 페미니즘과 우머니즘을 넓게 톺아서 해석한다.
저자는 젠더에 관한 모든 근대 페미니즘적 의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을 집단적.역사적 과정 중의 주체로서 구성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사회적 조건 속에서,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에 토대했다고 주장한다. 젠더는 수많은 투쟁의 장에서 성차를 자연화하는 것에 반발함으로써 발전된 개념이다. 젠더를 둘러싼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은 성차의 역사적 체계를 설명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생물학이 개입에 열려 있는 사회적 담론이라기보다 몸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되어버리자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결정론'에 반발하면서 사회구성주의에 동조하게 되었다.
(중략)
젠더, 인종, 계급에 대한 의식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자본주의라는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겪어 온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강제로 떠안긴 성과다. 여기에서 '우리'로 간주되는 이는 누구냐고, 저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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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봐서는 도대체 영장류와 사이보그가 어떻게 여자, 그것도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읽다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그중에서 성sex과 인종(또 인종 안에서의 성차별, 젠더 안에서의 인종차별)에 관련한 차별은 어디까지 파고 들어가야 그 근원에 닿을 수 있을지 아득할 지경이다. '여신'이 되느니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책 속 저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종단에는 납득이 된다.
책에 쓰인 내용을 내가 온전히 제대로 이해했는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뭔가 어렴풋하던 것이 선명하고 명확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막연하다거나 여성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