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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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로 19세기 중반(간혹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200여년 동안 인류사를 변화시킨 전쟁의 역사를 통사가 아닌 미시사 측면에서 짚는다. 그 범위는 전투와 전략, 군인, 민간인, 여성과 아동, 난민, 심지어 환경까지 확대한다. 대신 브뤼노 카반은 전체 서문에서 18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을 스무 쪽에 걸쳐 연도순대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또한 어느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살펴본다. 이 책을 저술한 57명 필자들의 신념은, 전쟁은 총체적인 사회 현상이면서 문화적 행위라는 데 있다. 따라서 정치가, 군인, 민간인 들의 사회 및 문화적 역사, 전투인과 비전투인을 아우루는 분쟁에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기획자 브뤼노 카반은 이 책의 핵심은 전쟁을 치르고, 전쟁을 경험하고, 전쟁을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제목에 나타났듯 군대, 국가, 산업, 경제와 금융,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제국주의의 신화, 무기 등 전쟁과 연관된 모든 것들에 대해 썼다. 어떤 한 개념이나 논제에 대해 옳다 그르다가 아닌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읽힌다. 예를 들어 <총력전>의 개념을 리처드 오버리는 '국가의 모든 영역과 국가 활동의 모든 국면이 전쟁의 목표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데에서 그쳤다면, 카렌 하게만은 총력전의 특징을 들어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1부에서 거시적으로 전쟁과 관련한 것들을 분류해서 간략하게 짚어냈다면, 2부부터는 좀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서술한다. 일례로 1부에서 다뤘던 '군대'를 2부에서는 '군인'으로 더 구체화시킨다거나 '평화주의'는 2부의 불복자와 반역자로 이어진다. 서술자가 다른 만큼 접근하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1부에서는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한 군대(징병제)의 변천사와 각국의 사례, 군대와 정치의 관계, 20세기 중반 이후 진화된 용병의 역할, '전쟁법'이 가리키는 그 이면의 진실, 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술력의 전략적 사용 방법, 윤리적 논쟁이 무의미한 드론, 20세기에 들어서 달라진 전쟁 형태와 전쟁 중 국가의 역할, 전쟁에 따른 산업과 운송의 변화, 자본주의 폐해에 의한 전쟁의 악순환, 전쟁 자금 및 금융과 경제(특히 국채 문제), 사회적 성별과 참전 여성, 신념에 따른 평화의 다른 얼굴과 '평화주의', 게릴라와 혁명전쟁, 그리고 테러리즘에 대해 서술한다.  


2부에서는 병사의 진화 과정, 각 국가의 징병 제도, 근대 이후 군인의 직업화와 사회적 지위의 진화, 군대가 구축한 독자적인 정치 세력, 식민지 병사와 인종 정책, 자원병(자원 입대)의 역사, 사라진 여성 전투원의 기록, 민족 전쟁을 상징하는 유격대 파르티잔, 청소년 전투원의 역사 및 그들과 폭력의 관계까지 조목조목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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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점은 '죽일 수 있는 권한'이었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 정당방위 개념이다. 양차 세계 대전 당시 참전한 모든 강대국이 정당방위라는 자기 합리화를 주장했다. 혁명전쟁이든 국가 해방 전쟁이든 최종 목적이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뒤에 나오는 자원병과 묘하게 맥락이 이어지는데, 자원병 복무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신화에 버금하는 역사, 그리고 상대적으로 와해된 역사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대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소년병'이라는 명칭에 있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한 점도 유의미했다. 글을 쓴 마농 피뇨는 강압적인 메커니즘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 단서 역시 유럽중심주의 입장에 있어야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에 전쟁 욕망은 20세기 이전처럼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는다. 


포로 부분에 이르면 전쟁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 1권 막마지에는 편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편지를 읽는 잠시 정지된 순간을 '문명으로 귀환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전쟁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주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에르베 마쥐렐은 우리 대부분에게 전쟁은 더 이상 영광스럽지 않고, 예전처럼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멈추었다고 썼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를 생각해보면 그의 말에 동의하지만, 문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에 대한 저변의 의식을 과거로 회기시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시몬 베유의 '인간이 전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는다. 



2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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