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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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미스터리소설을 놓고 종종 '밑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밑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회수하는지가 미스터리소설의 재미와 질을 결정한다(초자연적 현상이나 우연의 연속, 개연성 없는 느닷없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사양해).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소설은 백 점 만점의 백 점이다. 상당한 분량만큼이나 수많은 밑밥과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작가는 이것들을 설득력 있게 해결해 나간다(살짝 꼬아놓은 면이 없지 않지만).


​소설은 전반부에서는 알래스카 샌더스 살인 사건에 집중하다가 중반부를 넘어가 또 다른 실종 사건을 줄기로 삼아 두 방향에서 서술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소설 구성에서 눈에 들어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두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고 이전 사건이자 마커스의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이면에 치유하지 못한 마커스의 내면을 사이사이 드러내면서 다음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는다. 참으로 치밀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어긋난 우정에 의한 복수와 치정 살인이라고 여겨졌던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다정한 이웃이자 친구라고 여겼던 이들의 민낯이 하나둘씩 벗겨진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오빠, 내성적이고 정 많은 아들, 신뢰하는 동료, 다정한 어머니, 든든한 아버지, 친절한 이웃. 꿈 많고 아름다운 철부지로만 보였던 두 젊은 여자의 이기심과 평소에 문도 잠그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작은 마을 사람들이 숨긴 추악한 진실. 그들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범인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외면했으며 때때로 거짓말을 했다. 범인조차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거짓과 무관심과 외면을 양분삼아 사건은 완전범죄에 가까워졌다. 무너진 정의와 구현하는 정의 중 진실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강력 범죄로 목숨을 잃거나 삶이 훼손되는 비극, 그리고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해리 쿼버트의 말처럼 '우리 안의 못난이 악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악마들에 익숙해져 여차하면 우리 스스로 자신을, 삶을, 내주게 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회복시켜 줄 것인가.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에 다가갈수록 독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해리는 작은 불꽃 하나로 삶을 다시 작동시킬 수 있다면서 마커스에게 스스로 왜 글을 쓰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때때로 마주하는 절망에서 삶을 복구할 저마다의 작은 불꽃, 그리고 삶에 의문이 들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이를 통한 치유. 미스터리 소설인 이 작품이 정작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나싶다.  




사족
가독성은 최고다. 일단 펼치면 궁금해서 덮을 수 없다는.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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