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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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다루어진 내용 이후 1950년대 페미니스트의 태동부터 196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항쟁 시기, 1970년대를 거쳐 1980~90년대 페미니스트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의 각성,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술한다. 여성 작가 및 예술가들 중에서도 북미 지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전히 미쳐있는 상태인 지금, 페미니즘의 기저를 이루는 문화사를 논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는 다르게 문학 작가만을 다루지 않는다. 문학뿐 아니라 고전 및 대중 예술 분야,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운동가, 페미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여성들의 문헌과 이력도 서술한다.   





 
(중략)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의 핵심 주장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여성이라는 종을 종속시키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1970년대 페미니즘의 본질을 말해준다. 1960년대의 운동이 여성을 위한 성 해방론자들의 투쟁이었다면, 1970년대 말과 그 이후의 운동은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스트들의 싸움이 되었다.


밀릿에 의하면 군사, 정치,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을 남성의 독점 행위에 굴복시키는 제도가 보편화되었다고 강조하는데, 이런 구조를 지속시키는 데 필요한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만들어내는 제도가 바로 가족이라고 짚는다. 가족(엄밀히 말하면 가족제도)가 해부학적 성과 구분되는 심리학적 젠더 역할을 만들어낸다는 것. 생존을 위해 자신을 부양하는 사람에게 의존하며 사는 여성들을 자기들끼기 서로 적대하는 관계에 놓이게끔 만든다. 아버지를 신과 같은 위치에 놓고 문제 발생 원인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며 그들을 남성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내면화' 과정이 가족을 통해 성취된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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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인종, 동성애 편견 문제를 언급한 로레인 핸스베리와 오드리 로드, 페미니스트들에게 흑인의 권리가 곧 여성의 권리라고 알리려 노력한 토니 모리슨. 이들을 보면서 페미니즘, 즉 여성주의 시각으로 차별적 사회 문제(식민지주의, 인종주의, 성소수 및 동성애, 장애)를 접근할 때 근본적 해법에 훨씬 더 근접할 수 있다는 정희진 님의 말이 떠올랐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부터 이 책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여성들의 투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N. K. 제미신, 퍼트리샤 록우드, 리베카 솔닛의 등장, 그리고 흰색 옷을 입고 페미니즘 운동 한가운데에 서 있는 수많은 여성들. 나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21세기 페미니즘 운동은 퀴어, 다국적주의, 트랜스 이슈와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 환경 운동, 미투 운동 등을 모두 아우른다. 성性 역시 양분화되어 있지 않고, 민권과 생명권 등 추구해야할 가치들이 복잡하게 맞물려있는 작금에, 위에서 언급했던 우리가 왜 여성주의 시각에서 세상을 봐야하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현대사에서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을 추천하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북미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지만, 특히 계보를 알고 싶다면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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